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목포 죽집 ‘가락지’
가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미식축제인 ‘2024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목포에서 열립니다. 마침 서울에서 미식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이 축제에 참여할 예정인 오세득, 정지선, 남준영, 양수현 셰프, 그리고 ‘니시무라멘’의 니시무라 셰프, 김승회 대표와 함께 사전답사를 위해 1박 2일 일정의 짧은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목포 9미(味)의 매력에 담뿍 빠져 본 이 출장의 가장 마지막 일정에서 맛본 목포의 명물 디저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목포를 대표하는 디저트를 찾아본다면 아마도 ‘코롬방 제과점’의 새우바게트와 함께 쑥 경단을 조청에 적셔 맛보는 ‘쑥굴레’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겨우내 왕의 떨어진 입맛을 끌어올리는 궁중음식으로 알려진 경남지역의 향토 음식 쑥굴레는 일제강점기 목포로 이주한 어느 집안의 가계를 책임지는 아이템으로 전남 목포에서 그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70년의 역사를 가진 쑥굴레는 봄에 향이 은은하게 피어나는 봄 쑥을 재료로 쫄깃한 떡을 만들고 달콤한 거피 팥앙금에 굴려 조청에 적셔 건져 먹습니다.
‘쑥굴레’라는 표준어 대신 ‘쑥꿀레’로 바꿔 상호로 쓰는 분식점과 ‘가락지’라는 죽집 두 곳에서 이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곳의 쑥굴레 맛은 정말 모두 좋습니다만 판매하는 메뉴가 차이가 있어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쑥꿀레’에서는 떡볶이 등과 같은 분식 메뉴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할머니 두 분이 너른 주방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만드시는 죽 메뉴와 함께 쑥굴레를 판매하는 죽집 ‘가락지’를 즐겨 찾곤 합니다.
가락지에서 쑥굴레를 주문하면 입맛 싹 도는 열무김치를 함께 내어 주시는데 이게 아마도 경남 지역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목이 멜 수 있는 쫄깃한 떡과 팥이 더불어 진 경단을 촉촉하게 조청에 적셔 먹은 후에 사발째 열무김치 국수를 들이켜면 ‘쑤욱’ 속이 내려가는 효과를 즐길 수 있습니다. 테이블 위 큼직한 흰 설탕통에 손을 대지 않아도 팥이 자아내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매력적입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