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지난 5월 28일부터 시작된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이 23일까지 22차례에 걸쳐 5500개나 된다. 처음에는 우리 탈북자 단체에서 보내는 대북 전단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그 방법이 너무나 유치하고 치졸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생각했으나 오히려 악성 진화하고 있다.

그간 오물 덩어리가 가득 찬 풍선으로 인해 큰 피해도 발생했다. 풍선이 터지면서 낙하하는 충격으로 주차된 차량과 가옥이 파손됐고, 공장 옥상에 떨어진 풍선에서는 타이머 장치가 발화하며 대형 화재를 유발하기도 했다. 서울 곳곳, 심지어 용산의 대통령실 경내에까지 풍선이 떨어질 정도였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천만한 상황도 있었는데 23일 오전에는 인천공항 상공에 날아온 풍선으로 인해 여객기 이착륙이 중지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피해는 시작일 뿐이다. 더 방치하다간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첫째, 계절적으로 북풍이 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북한의 풍선 도발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대북 전단을 날리던 강화도나 파주를 표적 지역으로 삼아 풍선을 날림으로써 경기 북부와 서울만 피해를 보지만, 휴전선 전역에서 살포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발이 된다.

둘째, 내용물에 현재와 같은 오물뿐만 아니라 생화학 작용제를 혼입할 경우이다. 아직은 이런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치명적 작용제가 실려 날아온다면 대규모 인명 살상을 유발할 수 있다. 북한은 5000t 이상의 화학무기와 탄저균 등 다양한 생물학 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다.

셋째, 풍선에 장착된 타이머로 인해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화재를 일으킨 적이 있지만, 이 타이머가 낙엽이 쌓인 야산에 떨어져 발화하고 화재로 이어진다면 원인 미상의 대규모 산불이 될 수 있다. 2022년 동해안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울진·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할 정도의 큰 피해를 일으켰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풍선 공격에 대응해 지난 6월 4일 자로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선언하고, 휴전선에서의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풍선 도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고 초대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또 다른 분야에서의 도발도 시도했다. 우리의 조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북한 정권을 다루면서 채찍 사용을 결정했다면 아주 강력한 채찍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상기시킨다.

정부는 하루 800여 대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며 20만 명의 여객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무분별한 행위를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즉시 통보하고 국제사회에 환기해야 한다. 군에서는 북한의 오물풍선 발진 지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언제든 그 원점을 제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수집된 오물도 모아서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야 한다. 만천하에 이들의 유치한 소행을 알리는 조치를 해야 한다.

북한이 대남 풍선 공격을 계속한다면 종국적으로는 커다란 손실을 보게 될 것이며, 국제적으로도 더욱 비난받게 될 것임을 분명하게 일깨워줘야 한다.

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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