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언에 이어 국민의힘이 24일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을 열었다. 하지만 금투세 분수령으로 더 주목받은 것은,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의원총회 겸 정책 토론회였다. 민주당은 조세 정의를 내세워 내년 1월 시행이 공식 입장이었지만,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 때 시행 유예 또는 완화 쪽으로 돌아섰고, 최근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유예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토론회를 놓고 “역할극” 문자 파문까지 일어날 만큼 내부 의견이 엇갈린다. 입법권을 쥔 민주당이 생산적 논의를 통해 금투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걷어내는 게 중요하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 등 강경파는 과세 대상이 소득 상위 1%라며 “금투세 폐지=부자 감세”라고 주장한다. 증권거래세가 0.23%에서 0.15%로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만큼 세수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 금액으로 따지면 개인 계좌의 14%가 과세 대상이고 무려 100조 원에 육박한다. 자칫 금투세 강행이 개인 큰손 증시 이탈→주가 하락→세수 감소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대만도 1989년 금투세 도입 한 달 만에 증시 지수가 36% 급락하고 거래 금액은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 증시는 체력 저하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18.67%로 1위였지만, 올해는 중국(24.42%)·대만(18.77%) 등에 밀려 4위(11.67%)로 떨어졌다. 올 들어 미국 나스닥이 17%, 일본 닛케이지수가 9% 오를 동안 코스피는 3% 하락해 글로벌 꼴찌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강행되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의 발목을 잡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투세 폐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고 1400여만 개인투자자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공제 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고, 손실이월 공제기간을 늘이는 보완책도 대증요법 땜질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금투세발(發) ‘큰손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서도 상당 기간 시행을 유예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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