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권위주의 국가들의 암살사건

암살 작전은 요즘도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극물과 교살 등 여러 수단이 정적·반체제 인사 제거 목표로 동원된다. 암살이 정적들에게 정치적 공포감을 조장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상수(常數)’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24년을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많은 정적 암살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2006년 11월 일어난 ‘홍차 독살’ 사건이 시발점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1998년 푸틴 대통령이 수장을 맡았던 FSB의 부정부패를 폭로했고, 2000년 영국 망명 후에도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 운동을 이어갔다. 그는 2006년 11월 런던의 한 호텔에서 전 러시아 정보 요원 2명을 만나 홍차를 마신 뒤 3주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그의 체내에선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2021년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리트비넨코 사망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최종 판결하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암살 지령이라는 공식 결론을 내렸다. 이 밖에 여태까지 수십 명의 반푸틴 인사들이 총과 폭탄 등으로 암살됐으며, 일부는 자살로 위장된 타살 등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이자 잠재적 체제 위협 인물로 견제받던 김정남도 독살로 생을 마감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위해 대기하던 중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의 두 여성에게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김정남을 앞뒤로 덮쳐 얼굴에 VX를 문질렀다. 인체에 흡수된 VX는 뇌와 중추신경계를 손상시켜 10여 분 만에 사망을 초래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독극물로 여겨진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글을 기고하다 살해당했다. 2018년 10월 사우디 비밀 정보요원 15명은 튀르키예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은 카슈끄지의 머리에 봉지를 씌우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살해한 뒤 시체를 토막 낸 사실도 세간에 알려지며 사우디의 언론탄압 규탄과 진상 파악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내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에 사우디는 당초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했으나 이후 말다툼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숨졌다고 말을 바꿨고 결국 살해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도 카슈끄지를 눈엣가시로 여겨왔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을 사전 승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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