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hat - ‘삐삐 폭발’로 돌아본 역대 암살 작전
‘뮌헨올림픽 테러 의혹’ 함샤리
팔레스타인의 ‘기술자’ 아야시
전화기 안에 폭탄 심고 터뜨려
‘검은 9월단’ 살라메 차량 폭발
알카에다 압둘라 직접 총격도
지난 17일(현지시간)·18일 연이틀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각종 수단을 활용한 이스라엘의 과거 암살 작전이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삐삐·무전기 폭발과 유사하게 통신수단을 암살에 주로 활용해왔고, 자동차 등에 폭탄을 설치한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적국 요인 암살에 활용하고 있다.
◇휴대전화·유선전화 등 통신장비 주로 활용한 이스라엘 =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949년 건국 직후부터 정보기관인 모사드 등을 활용해 수백 명에 달하는 적대국 요인들을 암살해왔다. 특히 이스라엘은 통신장비를 암살의 주요 도구로 활용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996년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폭발물 전문가 야히아 아야시 암살 작전이다. ‘기술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아야시는 팔레스타인 무장 대원들의 자살폭탄 기술을 발전시키고, 총 90명의 이스라엘인 사망자를 낸 각종 테러를 지휘하면서 이스라엘의 수배 명단에 올랐다. 암살 당시 아야시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인 신베트에 포섭된 팔레스타인인이 건넨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중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휴대전화 상용화 이전에는 유선전화가 암살에 사용된 사례도 있다.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당시 테러로 살해당한 이스라엘 선수 11명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던 이스라엘은 해당 사건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부 마흐무드 함샤리를 표적으로 삼았다. 당시 모사드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신원 미상의 요원들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의 집에 침입해 유선전화를 폭탄이 장착된 것으로 교체한 후 이탈리아 기자로 위장한 다른 요원이 함샤리와의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함샤리가 전화를 받고 신원을 확인하자 폭탄은 원격으로 작동했다.

◇차량 타고 이동하려다 미리 설치된 폭탄에 암살된 사례도 많아 = 이스라엘이 주로 사용한 또 다른 암살 도구는 자동차 등 이동수단이다. 자동차를 활용한 대표적 암살작전 중 하나는 1972년 발생한 가산 카나파니 암살작전이다.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 출신 유명 소설작가로, 팔레스타인 공산주의 정당이자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의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던 인물이다. 특히 그가 1972년 발생한 텔아비브 로드 공항(현 벤구리온 공항) 총격 사건을 주도한 일본 적군파 요원들과 테러 전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모사드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카나파니 차량에 3㎏ 분량의 플라스틱 폭탄을 설치했고, 17살 조카와 함께 차에 탑승한 카나파니가 차량에 시동을 걸자마자 해당 폭탄이 폭발했다.
차량을 활용한 또 다른 암살은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인 ‘검은 9월단’ 수장이자 1972년 뮌헨올림픽 참사를 기획한 알리 하산 살라메 암살 작전이다. 오랜 기간 살라메 암살을 계획해오던 모사드는 그가 거주하던 베이루트로 요원들을 파견했고, 1979년까지 그가 자주 방문하던 사우나, 헬스장 등을 파악하면서 주도면밀하게 암살을 준비했다. 애초 살라메의 단골 사우나에서 암살하려고 했던 모사드는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차량에 폭탄을 설치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모사드는 집 근처에 주차돼 있던 살라메의 폭스바겐 차량 트렁크에 100㎏에 달하는 폭발물을 설치했고, 살라메가 차량에 탑승했을 때 원격으로 조종해 폭발물을 터뜨렸다.

◇모사드 요원 직접 파견해 다양한 방법으로 암살 = 모사드 요원이 적대국이나 제3국으로 파견돼 요인에게 직접 총격 등을 가해 사살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암살당한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알카에다 2인자였던 압둘라 아메드 압둘라다. 특히 그는 1998년 아프리카에서 연달아 발생했던 미국대사관 공격을 기획·주도한 인물이라는 의혹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에 압둘라를 암살할 것을 요청했고,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여 2020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던 압둘라를 암살했다. 암살 당시 압둘라는 자신의 두 딸과 자가용을 타고 테헤란 시내의 한 거리를 지나던 중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하던 모사드 요원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모사드의 요인 암살은 이란, 레바논 등 중동을 넘어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도 이뤄졌다. 1972년 두 명의 모사드 요원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검은 9월단’ 요원이자 팔레스타인 작가·통역가인 와엘 즈웨이터를 총으로 쏴 사살했다. 즈웨이터 역시 1972년 뮌헨올림픽 참사를 주도·기획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로, 암살 당시 모사드 요원들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즈웨이터의 머리에 11발의 총알을 발사해 사살했다. 11발의 총알은 뮌헨 참사 당시 사망한 이스라엘 운동선수 11명의 복수를 의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활용한 암살 작전도 = 최근 이스라엘은 암살 작전에 AI까지 동원하고 있다. 2020년 11월엔 이란 압사르에서 차량을 몰던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가 인근에 주차된 트럭에서 가해진 기관총 사격을 받고 사망했다. 파크리자데의 주요 이동 경로를 파악한 모사드가 그의 얼굴을 감지하는 AI를 기관총에 탑재시킨 뒤 도로에 주차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트럭은 사건 직후 증거인멸을 위해 자폭했다. 또 지난 7월 31일 테헤란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도 AI가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사드는 하니예가 이란 방문 중 수차례 묵었던 이란 혁명수비대 관할 숙소에 사건 2개월 전에 폭탄을 미리 설치했다. 이후 하니예 동선을 파악한 뒤 AI가 탑재된 폭탄을 터뜨렸다. 미국 인터넷 언론 액시오스는 “하니예를 암살한 폭탄은 AI를 사용한 첨단 장비”라고 보도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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