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시민광장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한국의 전통놀이인 고무신 던지기를 즐기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지난 5월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시민광장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한국의 전통놀이인 고무신 던지기를 즐기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대구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 ‘놀-잇多(놀잇다)’ 프로그램

다문화 가정 아동·부모 참가
한국의 고무신 던지기 놀이와
베트남 공기놀이 등 함께 체험
부모들에겐 인권교육도 진행

“제가 소중한 존재란 점 알게돼
친구들과 함께하며 더 친해져”


“어린이의 ‘놀 권리’를 인식하게 되었고, 제가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들과 힘껏 ‘우리의 놀 권리를 지켜주세요’ 구호를 외치며 캠페인 했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초록우산 -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의 ‘놀-잇多(놀잇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교 6학년 전모 양은 이렇게 말했다. 놀잇다 프로그램이란 놀이 콘텐츠가 부족한 ‘이주배경 아동’의 놀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진행하는 초록우산의 사업이다. 전 양은 “무엇보다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도 나의 권리를 알릴 수 있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며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문화·탈북 등 본인이나 부모가 국제 이주배경을 가진 이주배경 아동은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 적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관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성서산업단지의 외국인·다문화가정 인구 비율은 매년 증가세다. 달서구 신당동의 한 초등학교는 이주배경 아동 수가 전체의 80%를 넘었다.

이주배경 아동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지원 정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주배경 아동은 여전히 또래 집단 간 관계 문제, 낮은 자아존중감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복지관 측의 설명이다.

특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권리는 놀 권리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여가와 놀 권리)에서는 아동은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명시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정의한 놀이는 ‘재미있고, 정해진 답이 없으며, 도전적이고, 유연하며, 비생산적인 것’이다. 아동 스스로 주체가 돼 아무 목적 없이 놀 때 아이들은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며 신체적·사회적·정서적·인지적 발달을 이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주배경 아동 대부분은 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달서구 한 초등학교의 이주배경 아동 대부분은 방과 후 활동 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초록우산 조사 결과 놀이터에서 놀기보다는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또 아동 대부분이 ‘놀 권리’에 대해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으나, ‘나는 충분히 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는 60% 이상이 ‘모르겠다’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보편적 권리인 놀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들의 환경 개선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달서구 신당복지문화회관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영국의 ‘손발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지난 6월 달서구 신당복지문화회관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영국의 ‘손발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복지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놀-잇多(놀잇다)’ 사업을 기획해 올해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놀’은 나의 놀 권리를 이해하기 위한 자기탐색 과정이다. 놀이전문가를 통한 놀이교육과 놀이·다문화·인권을 접목한 활동을 진행한다. ‘잇’은 아이들이 이어질 권리다. 아동과 아동, 아동과 지역사회 간 다문화·놀 권리 이해 증진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 ‘다(多)’는 다양할 권리다. 놀이엑스포 개최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이주배경 아동의 놀 권리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복지관은 대구 달서구의회,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종합복지관 총 14개소와 참여 아동이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 기관 간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 강사를 초빙해 참여 아동과 그 보호자에게 인권교육을 실시, 아동뿐 아니라 보호자도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놀이전문가를 지역아동센터 등에 파견해 ‘찾아가는 놀이교실’을 진행,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활동은 한국 전통놀이·세계의 놀이 체험부스를 설치해 ‘다문화와 놀 권리’ 두 가치를 동시에 전파한 ‘놀이엑스포’다. 지난 5월 25일 대구 두류공원 시민광장에서 아동 664명, 보호자 1404명과 함께 진행된 놀이엑스포에선 한국의 고무신 던지기, 베트남의 공기놀이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펼쳐졌다.

복지관은 놀잇다 사업의 기대효과로 △이주배경 아동의 또래 관계 개선, 차별 없는 성장 환경 조성 △지역사회 내 놀 권리·놀이문화 확산 △아동의 권리 증진 및 아동 관련 정책 수립영향 등을 제시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모(10) 군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이 가장 좋다”며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 협력하고 배려하는 법도 배웠는데, 그동안 체험한 놀이들을 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모(10) 양도 “놀이뿐 아니라 만들기 수업도 참여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면서 “내년에도 학교 친구들과 함께 또 놀잇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놀잇다 사업의 담당자는 “참여 아동 스스로가 놀기 좋은 마을을 위해 탐구하고 논의해 직접 권리를 찾는다는 점에 프로그램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전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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