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이현석(33)·서정연(여·32) 부부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어느 유명한 노래의 한 구절인데요. 저(정연)와 남편 이야기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문구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9년 12월, 저는 지인을 통해 남편을 소개받았어요. 둘 다 전 연인과의 이별로 아파하는 상황에서 새 사랑을 찾아 나온 것이었죠. 전 낯을 가리는 편인데, 남편은 이것저것 사려 깊게 챙겨줬습니다. 그 모습에 금방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남편은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죠. 저희는 첫 만남을 끝으로 더는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어요. 그런데 4개월 뒤 남편에게 메시지가 왔어요. 예전 사랑을 잊지 못해 소개팅한 상대방에게 실례한 것 같다면서요. 남편은 여전히 이별에 힘들어하던 상황이라 저는 남편에게 제 모든 걸 쏟아부었습니다.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그렇게 1년 넘게 남편 곁을 묵묵히 지켰습니다.
2021년 3월, 남편은 제가 있던 광주로 벚꽃놀이를 가자며 찾아왔고 그것을 계기로 저희는 드디어 연인이 됐습니다. 전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편이 있던 순천으로 터전을 옮겼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남편은 잠깐 흔들렸어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없다며 이별을 고했죠. 하지만, 저희는 짧은 이별 기간을 거쳐 올해 6월 부부가 됐습니다.
남편은 사소한 일이라도 제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에요. 제가 무작정 퇴사하고 도배 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요. 도배하고 일당 5만 원을 받아왔더니 남편이 너무 기특해하더라고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 벌어온 돈이라면서요. 남편은 지금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칭찬해 주려고 해요.
제 생일에 야간 근무를 하게 된 남편은 편지를 집안 곳곳에 써 붙여뒀어요. 생일 저녁을 함께 보내지 못하지만 곁에 항상 자기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데요. 앞으로는 이렇게 무난하면서도 가끔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일상에서,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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