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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마흔이 된 지금 주변에 오래된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어릴 적 외동으로 자라나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애썼지만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때 세 차례, 중학교 때 한 차례 전학을 해서 연락이 끊긴 경우도 많습니다. 연락을 이어가려 노력하는데도 잘되지 않네요. 얼마 전 연락 온 중학교 친구는 사업을 위해 돈을 빌려 달라는데 제가 거절해서 어색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대학 친구는 가끔 SNS를 통해 보는 제 생활이 좋아 보였는지 제가 간 여행지를 폄하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를 하면 안 좋은 점을 늘어놓다 보니 연락하기 싫어집니다. 저도 듣기 싫은 얘기에는 귀를 닫는 ‘꼰대’가 돼가는 것일까요?

15년 가까이 다니는 직장 동료들과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배우자나 어린 자녀들과도 가끔 트러블이 있어도 그런대로 지내고 있고요. 그런데 오래된 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하는 제가 애착 문제가 있는 것인지, 나이가 들어 외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

A : 오래된 관계가 좋다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관계 만들어 보세요

▶▶ 솔루션


스무 살만 넘어도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를 보는데요. 이는 발달 이론상 다른 시기보다는 청소년기에 또래 집단(peer group)의 중요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처럼 서로를 내어줄 듯이, 영원할 듯이 우정을 칭송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친구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우정에 대한 환상보다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꾸준한 교류가 필요한데 학교처럼 수동적으로도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관계가 유지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말라 폴에 의하면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자기발견(self-discovery)이 자기인식(self-knowledge)으로 바뀌면서 친구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갈수록 친구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만 성인이 된다고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어디까지 기대하고, 내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느냐?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적절한 거리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정답이 있다기보단 이런 부분이 서로 잘 맞아야 친구 관계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지가 어렵다고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돈을 빌려주더라도 서로 아무렇지 않은 친구 관계는 드물다고 보면 됩니다.

즉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죄책감까지 가질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에서 충분히 빌릴 수 있는데 친구에게 먼저 요구했다면 상대방을 너무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반면 금융기관에서도 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친구에게 언제 갚을지는 요원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70대 이상 노인에게 오랜 친구란 존재는 중요하지만 그 오랜 친구가 도대체 언제부터 친구인지를 물어보면 거주지, 직장, 종교, 취미 등을 계기로 30대나 40대 무렵에 만난 오랜 친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만들어갈 수 없는 나이라는 것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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