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지난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R(경기침체)의 공포’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삼의 법칙(Sahm Rule)’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클라우디아 삼 박사의 이 이론은, 미 실업률의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p 이상 높으면 경기가 침체한다는 것이다. 1950년 이후 11번의 미 경기 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하고 10번이나 들어맞은 법칙이다.

미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5%만 보면 금리는 0.25%p 내려도 충분했다. 공포감을 키운 것은 3년 만에 발동된 삼의 법칙 때문이다. 미 8월 실업률은 4.3%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민자 유입도 확대했다. 문제는 삼의 법칙에 따른 실업률 격차(최근 3개월 평균치-지난 1년 최저치)가 0.53%p로 치솟아, 기준치인 0.5%p를 넘어선 것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과열됐던 노동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평가절하했지만, 미 Fed의 빅컷을 막지 못했다. 삼 박사도 “미 경제의 약세 위험이 존재하며, 가장 우려되는 수치는 실업률”이라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미 Fed가 물가와의 전쟁을 끝내고 실업과의 전쟁에 돌입했지만, 주요국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호주·영국·일본 중앙은행은 불안한 소비자 물가를 지목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중국 런민은행은 내수 부양을 위해 전격적으로 은행 지급준비율을 대폭 인하했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부동산 침체 등에 따라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은 얼어붙은 내수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시급하지만, 가계부채와 집값이 걸림돌이다. 한국투자증권·신영증권 등은 한은이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10월은 건너뛰고 11월에야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경착륙을 막는다며 대출 금리를 누르고 디딤돌·버팀목·신생아 특례 등 온갖 정책대출을 방만하게 살포한 후유증을 치르는 것이다. 느닷없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연기한 것이 결정적 자충수였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한다. 어떤 행위나 정책에도 반드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경제의 기본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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