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했지만 ‘3무(無)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첫째, 의대 정원 증원,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시급한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전무 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7개월에 접어들었는데, 정부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의료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한다.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도 진전이 없다. 이렇다 보니 ‘무능하고 오만한 정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판이다.
둘째, 대통령과의 독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 대표가 인사말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친윤계는 독대 무산 이유로 한 대표 측의 ‘대통령 흠집내기 목적’의 언론 플레이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독대 요청→거절→독대 재요청→묵묵부답’의 과정에서 보여준 집권 세력의 이해하기 어려운 퇴행적 행태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셋째, 만찬에서 ‘체코 원전 성과’ 이야기로만 채워졌을 뿐 정작 민생을 살리기 위한 논의가 없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금’자도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당정 화합을 위한 만찬이 오히려 불화를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지금 여권은 대통령과 당 대표 간의 불편한 감정싸움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국정·당대표·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윤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독대는 대통령이 주는 시혜가 아니다. 더구나 집권당 지도부는 대통령 격려의 대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한 대표와 만나 시급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두 사람 갈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은 자신의 업적이므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타협 없는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24일 만찬 때 “한동훈 대표 외롭게 만들지 마라”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협량의 정치’를 보이면 협력적 당정 관계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원외 집권당 대표가 어떻게 거대 야당을 상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일회성 독대(獨對)를 넘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회동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두 사람 간의 관계가 깊어지고, 상호 이해도가 높아지며, 감정적 연대감이 커질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 민생과 개혁 정책을 깊이 있게 추진할 수 있다.
한 대표도 소통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의 전략적 차별화에만 집중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아무런 교감도 없이 ‘제3자 방식 채상병특검법 발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김 여사 의혹 해결”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무(無)오류성’에 대한 확신에서 벗어나 민감한 현안일수록 역지사지 자세로 대통령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의하면서 정서적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소통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