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이나 대통령 참모들이 대통령과 독대(獨對)를 한 경험은 매우 드물다. 여러 명이 함께 볼 수는 있지만, 대통령과 단둘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권력과 가깝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 문제로 대통령 독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물론 당시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박 정부의 청와대의 어느 수석도 1년여 재임 중 대통령과 독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독대는 배석자 없이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는 것을 말하는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정보기관 수장들이 대통령과 독대를 많이 했다. 중앙정보부장(국가안전기획부장)은 정례적으로 대통령을 만나 정치인들의 사생활까지 보고했다고 한다. 이러니 정보기관장에게 권력이 집중됐다.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를 하느냐에 따라 정치인이나 장관들의 생사가 좌우됐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도 이런 문제 때문에 원칙적으로 임금과 신하의 독대는 금지됐다. 당파 싸움이 치열하던 때 누군가 임금을 독대하면 상대 당파에 의해 모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1659년 기해년 3월 효종이 우암 송시열과 북벌 문제를 논의한 ‘기해 독대’가 유명하다.
김대중 정부 때 초대 비서실장을 한 김중권은 노태우 정부에서 정무수석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독대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독대 매뉴얼을 만들었다. 국가정보원장이 보고할 땐 외교안보수석이, 감사원장이 보고할 땐 민정수석, 당 대표는 정무수석이 배석하도록 했다.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노무현 대통령은 독대를 금지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독대 보고를 자주 받았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비서실장조차 자주 만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과 독대만 했어도 탄핵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벗어나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겼다. 그러나 갈수록 불통 이미지만 쌓인다.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독대도 형식과 절차를 들어 거절했다. 여당 대표도 만나지 않으면 누굴 만날까. 편한 사람만 만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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