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공정 핵심기술을 중국 기업으로 넘긴 삼성전자와 다른 업체의 전직 임원 등이 검찰에 송치됐다. 삼성전자가 4조 원 넘게 투자한 기술로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해외로 이직한 기술자 대부분은 현재 연봉의 2배, 아파트와 자동차 등 달콤한 제안을 받는다. 때론 급전이 필요한 사정이 있거나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이직을 부추기기도 한다. 파격적인 조건들은 이직 제안을 솔깃하게 만든다.
그러나 해외로 간 기술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인생 역전하려다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이직 조건으로 통상 최소 3년 고용 보장과 성과 시 추가 2년 고용을 받는데, 디스플레이 업체의 연구원들은 중국으로 스카우트됐다가 고작 1년 반 만에 성과 부족을 이유로 집단 해고당했다. 기술만 챙기곤 활용도가 떨어진 기술 인력들을 내친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반(反)간첩법’을 강화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심해지고 있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이직 후 기술이 유출되면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최근 반도체 인력들이 다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부됐다. 기술을 유출한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국내로 오지 못하고 제3국으로 이직하는 예도 있다.
기술 베테랑은 기술 전쟁의 전세를 바꿀 전사이자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다. 그들이 나라를 떠나는 데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이 기술자를 대우하고 ‘직무발명 보상’과 같이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하는 일은 기본이나, 제대로 되는 곳이 많지 않다. 임직원 스스로도 개인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특허청은 지난해에 반도체 분야 퇴직자 30명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했다. 기술 유출을 예방하고 퇴직자를 활용할 수 있으니 기업은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이 성과를 내면서 2차전지·바이오·항공우주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방위산업 분야의 공공 전문가를 중소기업 등 민간에서 활용하는 것도 좋다. ‘취업 제한’과 같이 정비할 규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60세 정년퇴직 후 70세까지 고용하는 제도를 막 도입했다. 2020년 개정한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계속 고용을 기업의 상황에 맞게 도입하고 70세까지 고용·취업 기회를 보장한다. 우리는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이 넘고 ‘초고령사회’ 진입 직전이다. 일본 사례는 인구 감소 시대에 기술 기업이 좋은 인재를 확보할 방안이 될 수 있다. 60세가 된 시니어는 주 근무 일수를 택하고, 회사는 그 공헌도에 따라 임금과 처우를 유연하게 제시할 수 있다. 기업은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시니어를, 정부는 연금개혁에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주의가 계속되면서 첨단 인력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하다. 진정한 성장은 기술자를 대우하고 그들이 자부심을 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뒤처진 양자·우주·인공지능( AI) 등의 분야에 유능한 해외 인재를 영입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