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역대 최대의 적대적 인수·합병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MBK는 26일 공개매수가를 1주당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끌어올렸고,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세계 3대 사모펀드인 미국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5조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돈의 전쟁’이 벌어진다. 핵심 기술진과 노조·울산시를 등에 업은 현 경영진은 명분에서 앞서고, MBK 측은 자금력에서 앞서는 형국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이기든 이처럼 과열된 머니게임은 결국 인수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미래 연구개발(R&D) 여력을 훼손하는 등의 부작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려아연은 2차전지·반도체·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핵심 기업이다. 현 시점에서 지분 7.6%의 2대 주주이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일반투자→단순투자로 변경해 왔고 이번에도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당연히 수익률이 중요하고 경영 개입은 자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하이니켈 배터리 전구체 가공을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해 달라고 신청할 만큼 필수 기간산업이다. 수용되면 해외 매각 시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US스틸의 일본 매각을 반대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증시 밸류 업을 위해 국민연금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공개매수 최종시한까지 5일 남은 만큼 국민연금이 분명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의 과열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수익률을 위해 지분을 전량 매각할지, 미래 성장 동력을 지키기 위해 공개 매수에 반대할지, 시장 참가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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