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김지성(31)·조은별(여·31) 부부
“아이고, 아빠와 아들이 참 보기 좋네요. 아들 여자친구랑 같이 등산도 하고.”
저(은별)는 지나가던 등산객 말씀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간 사람은 제 아버지와 남자친구였거든요.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부자지간으로 착각할 만큼 아버지와 남자친구 사이가 돈독해 보인단 의미겠죠. 아버지는 북한산을 등반하는 5시간 동안 자신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체력이 좋지 않은 절 계속 챙기는 남편을 보고 예비 사위로 점찍었다고 해요.
저와 남편은 지인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카페에 등장한 남편은 꿈에 그리던 이상형 그 자체였어요. 훤칠한 키, 쌍꺼풀 없는 땡글땡글한 눈, 웃을 때 양 볼에 쏙 들어가는 보조개까지 모든 걸 갖췄죠. 저는 남편에게 호감이 있었는데, 남편은 절 친구 이상으로 대하지 않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우리 너무 친구처럼 지내는 거 아니냐?”라고 푸념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제게 휴대전화 메모장을 보여주는 거예요. 거기엔 제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가고 싶은 곳, 좋아하는 사람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어요. 저와 통화를 하거나 데이트할 때마다 들었던 저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기록해 둔 거였죠. 남편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 가고 싶다”며 고백했어요. ‘이 사람은 정말 내게 애정이 깊구나’ 확신한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남편은 비혼주의자였어요. 결혼 이야기만 꺼내도 화를 냈죠. 보통 사람이었다면 남자친구가 결혼 얘기에 거부감을 보일 때 실망할 수 있을 텐데 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어요. 결국엔 둘이 함께할 사이였단 걸 직감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연애 5년 만에 지난해 4월 결혼했답니다. 남편은 결혼하면 자유를 박탈당하고 억압당하는 삶을 살 거라 지레 겁을 먹었대요. 그런데 저와 만나면서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그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해요. 저희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왔는데요. 꼭 아이와 함께 다시 오자고 다짐했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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