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주 화요일‘천자문 수업’하는 송종훈 훈장
“20년전 처음 천자문 접한뒤
지금까지 1140번 쓰고 외워
여러곳서 강의하고 책도 내
힘든 시기 인생 바꾼 전환점”
“광화문에서 천자문을 통해 인성의 빛이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문을 연 ‘광화문 서당’의 훈장 송종훈(64) 19세기발전소 대표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광화문이란 이름은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에서 광화(光化)를 따온 것”이라며 광화문에 서당을 열게 된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문 공부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전을 배우며 스스로 성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광화문역 8번 출구 지하 1층 172G 갤러리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천자문으로 옛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십시오’라는 주제로 서당이 열린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수업에는 멀리 천안에서 온 수강생도 있다. “사람들이 어렸을 때 접해본 천자문에 관심은 있는데 막상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단순히 한자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자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고사성어와 한시를 같이 소개하니 매우 흥미롭다고 합니다.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고사성어와 한시의 한 구절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다면 어렵고 힘든 인생에 위로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 말까지 4개월 동안 천자문을 떼고, 내년부터는 1년에 걸쳐 여유 있게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20여 년간 한학을 독학해 천자문을 1000번 넘게 외워 쓰고 관련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정보통신, 무역업 등에 종사하다가 40대 초반에 하던 사업이 잘 안 됐다. “어머니가 걱정하실까 봐 집에 있을 수가 없어 돈도 안 들고 종일 앉아 있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매일 출근했습니다. 한 권 가지고 오래 볼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천자문이 눈에 띄었어요. 호기심에 한 번 공부해 보자고 시작했다가 깊이 빠져들게 됐지요.” 기왕 공부한 김에 외워보자 했고, 6개월쯤 지나 외워지니 쓰기에 도전했다. 몇십 자 몇백 자씩 쓰다가 정말 천자를 외워서 쓰게 되더니 지금까지 1140여 회를 써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A4 용지에 써서 주변에 선물도 많이 하고 전지에도 3번을 썼다. “5∼6년 동안 도서관에 앉아 한문을 파고 있으니 도서관에서 강의 제안이 들어왔어요. 2010년부터 10여 년간 여러 기관에서 꾸준히 가르쳤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천자문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지요.”
그는 자신의 뒤를 이어나갈 수 있는 제자를 키우고 싶은 소망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재밌게 배울 수 있는 교재도 만들 계획이다.
2020년 인터넷신문 ‘근대뉴스(www.19c.co.kr)’를 발행한 그는 100년 전 우리 백성의 삶의 모습을 전하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만들고, 후세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근대 신문 기사의 한자를 번역해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죽상합 생기청풍(紙竹相合 生氣淸風),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하여 (부채가 돼)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과거와 현재도 합쳐져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러려면 과거를, 역사를 잘 알아야겠지요.”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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