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경제부 차장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그 공포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지난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이 지진·쓰나미의 여파로 폭발한 직후 현지 취재차 후쿠시마현을 찾은 바 있다. 같은 현 내에서도 사고 지점으로부터 비교적 먼 지역이었지만, 지역 공항에 피난 행렬이 줄 잇는 등 유령도시와도 같았던 광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국내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추가적인 폭발 없이 상황이 제어되자 대중의 공포는 곧 잊혔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이 쌓아 두고만 있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작업에 착수하자 그 여파는 재차 한국에까지 미쳤다.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두고 여야 정치권, 각 진영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극한 대치가 이뤄졌다. 급기야 ‘괴담’ 수준의 공방이 온라인 공간을 타고 스마트폰을 통해 퍼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또다시 대중의 공포는 잊혔고, 갈등과 공방의 뒤처리는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었다.

지난 25일까지 정부는 250차례의 오염처리수 방류 대응 상황을 브리핑해왔다. 지난해 8월 24일 일본의 첫 방류와 정부의 대응이 시작된 지 1년여가 되는 지난 19일까지를 기준으로 정부는 총 4만9633건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해역, 수산물, 선박평형수 등에 대한 검사에서 방사능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이후 지속되고 있는 방사능 검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반도를 빽빽이 둘러싼 243곳의 긴급·정기조사 정점에서 매달 혹은 두 달에 1번씩 바닷물을 퍼 올려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수산물 등 다른 분야에서의 방사능 검사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향후 후쿠시마 현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모니터링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염처리수 모니터링 체계를 확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IAEA 중심의 독립적인 모니터링 체계 아래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제3국 분석기관 시료 채취 등의 활동을 추가하는 조치다. 이는 IAEA 오염처리수 모니터링 체계의 투명성을 보다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정부는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라는 국민 안전의 마지노선도 지키고 있다. 일부 국가가 일본산 수입 규제 완화를 검토하더라도 정부는 이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일정 수준의 각종 방사능 검사를 지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남해안 정점에서의 해양 방사능 검사는 계속돼야 한다. 혹시라도 일본의 오염처리수가 한반도 쪽으로 유입된다면 해류 흐름상 남해안이 그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급조사 등 현재 고강도로 유지되고 있는 각종 방사능 검사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지 정부 당국은 섣불리 먼저 언급할 수 없다. 또다시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의 논란과 정부의 대응 수준 조정에 대해 이제 정치권이 답을 낼 차례다. 특히, 사회적 갈등의 시동을 걸고 기름을 뿌렸던 야권은 이제 와서 모른 척하기 없기다.

박준희 경제부 차장
박준희 경제부 차장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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