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스튜디오보난자 제공)
배창호 감독(스튜디오보난자 제공)


“강냉이만 알던 내게 고소한 팝콘 냄새가 나던 대한극장은 신세계였습니다.”

충무로 한국영화를 대표하던 대한극장이 30일 끝내 문을 닫자, 배창호 감독이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한극장은 1958년에 문을 열어 지난 66년간 한국영화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쌓아온 상징적 극장이다. 그간 극장을 리모델링하고 관객 편의를 개선하면서 생존을 모색했으나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로써 서울에서는 단관극장의 전통을 이은 영화관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단성사와 명보극장은 지난 2008년, 서울극장은 지난 2021년 폐업한 바 있다.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등으로 잘 알려진 배 감독은 오랫동안 정을 나눴던 ‘동지’를 떠나보내는 심정이다. 29일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다섯 살 때 처음 대한극장에서 ‘피터팬’을 봤다”면서 “내 생애 바닥에 카페트가 깔린 건물은 처음이었다.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나서 어린 마음에 따라가 보니 팝콘을 튀기고 있었다. 6·25전쟁 후 강냉이만 알던 나에겐 그야말로 신세계였다”고 말했다.

배 감독은 안성기와 함께한 영화 ‘천국의 계단’을 대한극장에서 처음 상영해 크게 성공한 추억도 있다. 대한극장의 부흥기를 이끈 고 국정본 회장과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 감독은 “국 회장은 사운드 마니아였다. ‘천국의 계단’을 보고 당시에는 생소한 ‘돌비’로 녹음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다시 녹음해 상영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고 회고했다.

배 감독은 외국 사례를 거론하며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 LA 할리우드에 가면 ‘차이니즈 시어터’가 있는 것처럼 서울시 차원에서 대한극장을 문화재급으로 보존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업을 종료하며 대한극장 건물 1, 2층에 있던 커피 전문점도 문을 닫았다. 이 자리에는 새로 문화예술공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재개관 예정일은 내년 4월이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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