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윤슬 기자
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윤슬 기자


■ 한은 총재 첫 기재부 방문

저출생·수도권 과밀 등 정책 대화
최상목 “한은 구조적 이슈제기 바람직”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구조적 과제 해결 및 역동 경제 구현을 위해 8개월여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댔다. 한은이 통화정책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싱크탱크’로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 총재의 정책 지향점과 맥이 닿는 행보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독립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오히려 건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기재부와 한은에 따르면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등 구조적인 과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 앞서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지난 2월 6일 한은에서 ‘확대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구조개혁에 관한 정책 대화의 포문을 연 바 있다. 최 부총리는 과도한 규제와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 인구 위기 등을 우려하며 혁신 생태계 강화, 사회 이동성 제고, 인구위기 극복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통상환경 변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이 같은 정책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두 수장이 구조개혁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이날 타운홀 미팅에 앞서 만난 취재진에 “한은이 구조적 이슈를 제기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한은 조사국이 경제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한은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출생·고령화와 지역 불균형, 수도권 집중 문제가 악순환을 일으키며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런 사회 문제를 장기적인 경제 위험요인으로 인식하고, 한은이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도록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은은 지난 3월 돌봄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6월엔 지역 거점도시 육성, 8월에는 대학 신입생 지역 비례 선발제를 제안했다. 이 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도 수도권 집값 해결책으로 강남 학생에 대한 대입 상한선 규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높은 의식주 비용을 낮추기 위해 농산물 수입 등 공급채널을 다변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자고 제안하면서 농정당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넘어 사회 문제에 대한 정책 제언을 하는 것을 두고 ‘월권’이란 비판도 나온다. 노동, 지역균형, 입시 등 한은의 전문 영역이 아닌 주제에 대해 설익은 대안을 내놓기보다 통화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리 결정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정부 인사들과의 접촉 자체가 한은 독립성 훼손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에서 금리 인하 주문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을 고려하면 한은의 독립성은 오히려 지켜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 총재는 대통령실을 향해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늪에 빠졌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지현·구혁 기자

관련기사

김지현
구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