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전국의 날고 기는 요리사 100인 중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전국의 날고 기는 요리사 100인 중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인기 비결 4가지

맛있으면 생존, 없으면 탈락… 원칙 고수
안대착용 등 미각으로만 심사… 변수 배제
철가방·급식대가 등 언더독들 서사 강조
가장 궁금할때 끝맺고 결과공개로 시작해


세상에 수많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있고, 마라맛 리얼리티 예능이 판치는 시대.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어떻게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을까. 흑과 백으로 계급을 나누고, 식재료 랜덤과 편의점 털기 등 다양한 방식과 변수를 넣었지만, 프로그램의 지향점은 단순 명확하다.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든 요리사는 누구인가. 결국 ‘흑백요리사’의 성공 요인은 채소의 익힘 정도를 본다는 안성재 심사위원의 심사기준처럼 경연의 ‘기본’을 지켜서가 아닐까. ‘흑백요리사’가 제시한 서바이벌의 4대 미덕을 살펴봤다.

※ 이 기사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① 실력

실력 있는 참가자는 경연 서바이벌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흑백요리사’ 참가자들의 면면은 입이 떡 벌어진다. 미국 백악관 국빈 만찬 셰프, 한국 요리 경연 프로그램의 효시 ‘마스터 셰프 코리아(마셰코)’ 우승자들, 그리고 미슐랭 스타 셰프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1세대 스타 셰프들까지. 20인의 백 요리사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라는 제작진의 설명이 결코 고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백 요리사끼리 경쟁했다면 이토록 매혹적이진 않았을 터. 전국에서 맛 하나는 검증됐다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요리사 80인이 화려한 명성의 백 요리사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흡사 전국의 무협 고수들이 모여 최고의 강자를 겨루는 ‘천하제일 무술대회’ 같다. 80인 중 함량 미달인 60인을 단번에 집으로 돌려보내며, 백 요리사 20인과 흑 요리사 20인으로 일대일 구도를 만든다. 진짜 실력자들의 진검 승부의 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② 공정

백 요리사와 흑 요리사의 경력은 천차만별이다. 본토인 중국에서 국빈 대우받는 중식 셰프 맞은편에 만화책을 보고 배웠다는 요리사가 있고, 전국의 한식 고수들을 제압한 ‘한식대첩2’ 우승자 맞은편에 경상도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가 있는 식이다.

계급 전쟁을 표방했지만, ‘흑백요리사’의 진면목은 이들이 계급장을 떼고 공정한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 있다. 특히 흑과 백 일대일 대결에서 심사위원들은 안대를 쓰고 요리 과정은 물론 완성된 요리까지 보지 못한 채 오로지 맛만 보고 승부를 정한다. 이 블라인드 심사는 ‘공정’의 끝판 격이다. 요리를 한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하게 만들어 참가자들의 다양한 경력과 명성, 계급을 ‘원점’으로 만든다.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니 누가 이길지 추측하기 어렵고, 흥미진진해진다.

눈을 감고 맛만 봐도 “이거 빠스네”라며 실체를 간파하는 백종원의 광범위한 지식과 “과일의 단맛이 올라와요. 이게 킥(한방)인데”라며 의도를 알아주는 한국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 두 심사위원의 존재로 공정성이 담보된다. 서로 의견이 갈리면 끝장 토론을 통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2인 심사제도 매력이다. 취향 차이에 따른 다수결이 아닌, ‘더 잘된 요리’란 하나의 답을 끝내 도출한다.

외부 요소에 구애받지 않는 심사위원들은 요리의 맛과 의도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결과에 대한 존중이 따라온다. 탄탄한 내공을 보여준 백 요리사에겐 존경심이 생기고, 언더독의 반전을 보여준 흑 요리사는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는다. 모두 공정하기에 가능한 효과다.

위부터 순서대로 정지선 셰프, 트리플스타, 극과 극 요리 구성을 보인 백 요리사 이영숙 셰프와 흑 요리사 장사천재 조사장, 최강록 셰프, 철가방 요리사, 그리고 백종원·안성재 심사위원.  넷플릭스 제공
위부터 순서대로 정지선 셰프, 트리플스타, 극과 극 요리 구성을 보인 백 요리사 이영숙 셰프와 흑 요리사 장사천재 조사장, 최강록 셰프, 철가방 요리사, 그리고 백종원·안성재 심사위원. 넷플릭스 제공


③ 스토리

성공하는 경연 프로그램은 늘 감동적인 서사를 가진 주인공이 존재했다. ‘미스터 트롯’의 임영웅이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유의미한 서사를 가진 주인공이 회차마다 조명된 ‘흑백요리사’는 성공한 경연의 전형이다. 더구나 10회에선 아예 ‘인생 요리’를 주제로 각자의 서사를 펼쳐 보이도록 유도한다.

승리 이후 존경하는 선배 요리사에게 넙죽 절하며 예우를 다하는 철가방 요리사, 어린 나이에도 이미 다수의 미슐랭 레스토랑을 경험하며 특유의 침착함으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트리플스타, 리소토 하나만으로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키는 나폴리맛피아 등 저마다 개성을 뽐낸다.

조림과 곁들임만으로 심사위원들의 혀를 사로잡는 최강록 셰프는 ‘흑백요리사’가 낳은 최고 스타다. “나야 들기름” 등 어록뿐 아니라 ‘마셰코2’ 출연 편집본이 SNS에 공유될 정도로 화제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대가의 품격을 보여주고, 최현석 셰프는 기발한 전략으로 팀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역량을 과시한다.

④ 속도감

‘흑백요리사’는 매회 가장 궁금할 때 끝나선, 그다음 화에서 곧바로 다음 결과를 보여준다. 결정적인 순간일 때마다 ‘60초 후에 공개한다’며 시청자들의 탄식을 유발하고, 가장 궁금한 대결의 결과를 늑장 부리다 방송 막판에 보여주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음 회차로 넘기던 기존 경연 프로그램과 큰 차이다.

레스토랑 운영 대결에선 패배한 팀 전원을 탈락시키고,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 최종 8명 중 단번에 결승 대결을 펼칠 2명을 선정해버린다. 질질 끌지 않고 결과를 보여주는 ‘흑백요리사’의 속도감과 긴박감은 늘어지는 편집에 염증이 생긴 우리들의 상한 마음에 연고를 발라주는 듯하다. 오는 8일 최종 우승자가 가려진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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