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 국가유산포털 제공
국보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 국가유산포털 제공
1300년의 세월을 견딘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이 국립경주박물관의 중심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국보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 이건(移建) 및 보존 처리 안건을 논의한 결과 조건부 가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건이란 건축물 등을 옮겨 짓는 것을 의미한다.

고선사지 석탑을 관리해 온 경주시와 국립경주박물관은 현재 박물관 내 신라미술관 근처에 있는 탑을 야외 전시장으로 옮기고자 위원회에 허가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야외 전시장에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 대신 진짜 국보인 고선사지 석탑을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된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감은사지 석탑들로 대표되는 초기 석탑 양식과 불국사 석탑들로 완성되는 신라 석탑의 조형미를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간 박물관 입구, 주요 전시관 등에서 떨어져 있어 탑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진가를 알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심지어 복제품인 다보탑과 석가탑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관람객조차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신라 전기인 7세기 후반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선사지 석탑이 놓였던 고선사는 해골물과 깨달음 일화로 유명한 원효대사(617∼686)가 주지로 있었던 절이다. 고려시대까지 번창했던 것으로 전해지나 이후 폐사됐으며 폐사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절터에 탑을 비롯한 유물이 남아있었으며 1975년 경주 도심 동쪽에 덕동댐이 준공돼 수몰 위기에 처하자 현재 위치인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석탑의 이건 계획은 오랜 시간 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고선사지 삼층석탑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보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2017년부터 석탑을 옮기려고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고선사지 석탑을 옮기는 데는 4∼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석탑의 부재를 해체해 조사하고, 보존 처리를 하는 작업만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을 옮길 부지를 조사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화유산위원회도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원회는 "고선사지 삼층석탑을 옮기겠다는 계획은 추진하되,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위원회에서) 재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건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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