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열람실에 한 학생이 작성한 휴학신청서가 놓여 있다. 정부의 동맹휴학 불가 방침에도 서울대 의대는 9월 30일 밤 학생들이 지난 2월부터 제출한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윤성호 기자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열람실에 한 학생이 작성한 휴학신청서가 놓여 있다. 정부의 동맹휴학 불가 방침에도 서울대 의대는 9월 30일 밤 학생들이 지난 2월부터 제출한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윤성호 기자


■ 서울대 ‘기습 승인’ 파장

국립대 총장들 금주 안건 논의
“한두곳 동참땐 전국에 번질듯”

교육부, 서울대 현장감사 시작
“중대 하자 확인땐 엄중 문책”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 동맹휴학 불가’라는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1학기 휴학을 전격 승인한 가운데 일부 대학도 내부적으로 휴학 승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서울대 결정이 다른 39개 의대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별 대학이 아닌 대학 간 협의체 차원에서도 의대생 휴학 승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 안건에 오를 전망이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 의대에 10명이 넘는 대규모 감사단을 파견해 현지 감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대응 조치에 나섰다.

이날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 결정에 따른 파장이 대학가로 확산하는 가운데 한 대학 총장은 “정부에서 아무리 대학에 휴학 승인을 못 하게 해도 물리적으로 대학이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보충할 수 없는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며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 차원에서 이번 주 후반 회의를 열고 의대생 휴학 승인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총장도 “개별 대학보다 대학 협의체 차원에서 행동하기로 했고, 필요한 경우 교육부에 (휴학 승인 허용을)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한 의대 학장은 “상징성 있는 서울대가 먼저 행동에 나섰으니 다른 대학 한두 군데라도 동참하면 둑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서울대 의대 사례가 전국적으로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다른 의대들의 동향 추이를 지켜보며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까지 여러 차례 교육부에 학생 휴학을 승인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해왔다.

특히 서울대처럼 대학 총장이 아닌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휴학 허용이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서울대 의대는 학장 권한으로 의대생들이 제출한 2024학년도 1학기 휴학 신청을 9월 30일 밤 일괄 승인했다. 서울대 외에도 중앙대, 한양대, 인하대, 전남대, 고신대, 동아대, 조선대 등 20여 개 대학의 경우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휴학 승인 권한이 총장에게 있는 대학들도 의대 학장·비상대책위원회 압박이 거세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 심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연세대, 고려대, 원광대 의대 학장이 학생들의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학내 구성원들에게 밝혔으나 최종승인 권한이 총장에게 있어 현실화되지 못했다.

서울대 의대 결정을 “부당 행위”로 규정한 교육부는 이날 곧바로 서울대 의대에 대한 현지감사에 착수하고 전국 의대에 동맹휴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감사는 12명 규모로 실시되고 가능한 최대 강도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에 대해 “중대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서울대 의대가 휴학 승인한 학생 수는 700여 명으로 서울대 의대 정원(학년당 135명)을 감안하면 휴학 신청한 학생 대부분이 승인받은 셈이다.

인지현·유민우·김대우 기자
인지현
김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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