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실 참모가 야당 성향 매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을 요청한 녹취록이 지난 30일 유튜브 방송에 의해 공개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실 측과 여당 측이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오히려 정치적 재앙을 키우는 식의 대응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당사자는 정부 투자기관의 상근 감사로 취업함으로써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 대표는 1일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고 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동안 총 5시간가량 친야 매체 인사와 통화한 녹취록을 지목한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을 앞둔 7월 10일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너희가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통화 내용도 큰 문제이지만, 경계 대상 1호였던 대상과 지속 소통해온 참모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김 여사와 수십 차례 통화한 녹취록의 MBC 제보, 김 여사에 대한 명품백 몰카 함정 취재 준비 및 영상 공개, 김 여사의 심야 관저 주변 산책 영상 공개가 모두 같은 사람 작품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김 전 행정관은 김 여사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 등으로 치부하면서 되레 한 대표 측의 대응을 비난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예금보험공사가 주식의 93%를 보유한 사실상의 자회사다. 건설업계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전당대회 뒤 12일 만에 상근감사에 임명된 만큼 당연히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먼저 전직 직원의 일탈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서는 게 정상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2일 한 대표를 제외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불러 만찬을 갖는다. 몇 시간 앞서 김건희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치 현실을 직시하면서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