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편으로 청춘은 고되다. 무엇을 마음먹을 지 고민하고, 또 방황한다.
그래서 청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미국에 ‘이유없는 방황’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비트’가 있었다. 이는 각각 제임스 딘과 정우성이라는 당대 최고의 아이콘을 낳았다.
이런 의미로 요즘 청춘을 이야기하는데 가장 많은 고민을 쏟는 한국의 대표 크리에이터는 김주환 감독이다. 영화 ‘청년경찰’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사냥개들’에 이어 ‘무도실무관’으로 돌아왔다.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은 청춘들이 주인공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막연한 기대감 그 중간 어딘가에서 갈팡지팡하긴 매한가지다.
추석 연휴 때 공개된 ‘무도실무관’은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톱10(非영어권) 정상을 차지했다. 김 감독의 청춘예찬이 또 통했다는 의미다.
9월말 서울 문화일보 본사에서 김 감독과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왜 청춘,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이야기하나?"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겪는 딜레마에 관심이 많았다. 각 시대를 대표는 선배들이 구축해놓은 많은 장르 영화가 있었는데, 제게도 운이 좋게도 ‘청년경찰’이라는 표본이 생기면서 제 세대 안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청춘의 이야기를 계속 해보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 속에 담긴 청춘에는 김 감독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에서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면서도 그는 감독의 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지금 나의 위치와 내가 원하는 위치가 다른 데서 오는 자괴감이었다. 그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이제는 어엿한 감독이 그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영화를 사랑했지만, 영화를 만드는 삶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아무도 내 정체성을 몰라주는 것 같았다. ‘나는 뭐지?’ ’감독이 되고 싶은 건가?’라는 자문이 꼬리를 물었다"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모든 청년들의 심경이 저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작품 속 메시지로 표현했다."
‘무도실무관’은 ‘소재의 승리’라는 평도 받는다.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는 무도실무관. 전과자 감시 업무는 한시도 숨돌릴 틈이 없다. 자칫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목숨이 위태롭기 십상이다. 마치 영화 속 캐릭터 같은 상황이지만, 이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현실이자 삶이다. 김 감독은 그 직업군으로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밀었다.
"이 직업(무도실무관)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저는 사회 질서를 위해 싸우는 분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있다. 그분들이 흘리는 땀을 눈여겨본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직업에 대한 인지도나 설명은 내가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극적인 사건이 아니어도 매일 그분들이 버텨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더라."

"김우빈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정도라는 인물에 대해 같이 분석했는데, 무슨 말을 나눠도 믿음이 가더라. 결국 이 사람의 마음 안에는 좋은 감정이 있고 그게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게 느껴졌다. 따로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와 이미지, 그런 김우빈의 모습이 ‘이정도’라는 인물을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자기 행복이 중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기에 맞설 용기가 있는 인물이라는 게 김우빈이기에 설득됐다."
‘무도실무관’에서 이정도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이정도의 상관이자 보호감찰관인 선민(김성균 분)이다. 한마디로 그는 ‘좋은 어른’이다. 멘토에 대한 갈증이 큰 세상에 ‘이런 어른이 한 명쯤 필요하다’고 넌지시 건네는 듯하다. 앞서 ‘청년경찰’에서는 친구 관계, ‘사냥개들’에서는 형·동생 관계에 놓였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이야기했다면, ‘무도실무관’에서는 멘토·멘티의 관계로 치환했다.
"선민은 ‘좋은 어른’이라 부를 수 있는 내 바람을 섞어 만든 인물이다. 곁에서 따뜻하게 감싸줄 존재가 있어야 관객이 자신의 길을 가는 주인공에 동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선민은 내가 실제로 갖고 싶은 형이다. 진부하고 직선적일 수 있지만 지금 세상에는 ‘관계’에서 믿음이 생기고 그 ‘관계’에서 생긴 우정, 의리, 가족애의 가치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선민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 역시 대리만족을 느꼈다."
안진용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