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헨리에타, 우리 집을 부탁해요!
조지 멘도자 지음│김지은 옮김│위즈덤하우스


안식처가 되어주는 집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바깥 활동을 하고 돌아와 편히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집. 소위 ‘집순이’ ‘집돌이’는 집에 있는 시간을 남보다 좀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이들일 뿐 거의 모든 이에게 집은 기본적인 정주의 공간이다. 볼일이 있어 나갔지만 다시 되돌아오는 자리. ‘집 가고 싶다’고 외칠 때의 그 집은 외부의 스트레스가 단절된 채 나만이 편히 쉴 수 있는 실제 공간이자 마음속 공간이다.

건축가인 생쥐 헨리에타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하는 동물들의 바람 또한 비슷하다. 게으른 고양이는 언제 어디서나 빈둥거리며 누워 있을 집을 원한다. 부지런한 여우 역시 온종일 달리고 꾀를 부리느라 지친 몸을 푹 쉴 수 있는 굴을 지어 달라 한다. 곰은 아늑한 동굴이 마음에 들어 이제 산에도 잘 가지 않는다. 집이 너무 좋아 ‘집순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온종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야 했던 어린이들도 집에 돌아오면 비슷한 마음 아닐까.

헨리에타가 설계한 동물들의 집과 그 안의 실내장식, 가구의 모습은 인간들의 집과 똑같다. 그런 한편 각 동물의 집을 건축한 환경과 방식은 도마뱀의 바닷가 절벽 집, 개구리와 수달의 수상가옥에서 대번 드러나듯 철저히 각자의 생태를 토대로 한다. 과학의 세계와 판타지의 세계가 겹치는 자리에 지어진 집인 것이다. 이 자리를 하나씩 확인하며 내 몸에 맞는 나만의 집을 자연스레 상상하고 꿈꾸게 된다.

누구나 집에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그 집 한 칸을 마련하는 게 참 힘들다. 삶을 위해서는 집이 필요한데 집을 마련하려고 삶을 바치기도 한다. 남의 집을 지어주는 헨리에타의 집은 정작 가장 단순하고 소박했던 데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나. 자신에게 꼭 맞는 집을 가진 동물들은 참 행복해 보이던데 말이다. 48쪽, 1만7000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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