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제의 저가 패키지가 악명 높은 건 잦은 쇼핑 일정에다 노골적으로 눈치를 주는 가이드, 험악한 분위기 속에 결제를 반 강요하는 업주 탓입니다. 쇼핑 상품의 품질은 엉망입니다. 200만 원에 팔던 라텍스 매트리스를, 사는 사람이 없으면 반의반으로 가격을 내리는 것만 봐도 폭리 수준이 짐작되고 남습니다. 맥을 짚자마자 ‘어디 어디가 허(虛)하다’며 ‘약값 150만 원’을 부르는, 자칭 ‘중국 100대 명의’가 입은 때가 꼬질꼬질한 흰 가운은 또 어떻고요.
관광객 상대 저품질 바가지 쇼핑의 전략과 전술을 겨루는 대회가 있다면 장자제가 단연 1등이지 싶습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행정이 관광객 유치보다 ‘쇼핑 고객 유치’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니까요. 장자제가 ‘노인 대상 여행지’로 자리 잡은 것도, 혹시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현혹되기 쉽고 인정에 이끌린 소비에 너그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요. 지난 8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67만 명입니다. 그래프는 ‘우상향’. 코로나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8월 방한객은 93% 수준인데, 8월 한 달만 보면 99%까지 회복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고개를 드는 게 저가 덤핑패키지 상품입니다. 서울시가 중국·베트남발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에 고객을 가장한 요원을 투입해 확인한 결과, 4박 5일 일정에 쇼핑센터만 8번을 방문한 경우도 있었고, 가이드가 ‘할당 (쇼핑)목표 달성’을 강요하거나 물건을 사지 않자 쇼핑센터 문을 닫아건 사례도 있었습니다. 40분 만에 관광객 한 명이 물건을 사자 그제야 열어주었다는군요.
장자제를 떠올렸던 건 강원 원주 소금산그랜드밸리의 에스컬레이터 운행 개시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장자제를 벤치마킹해 잔도와 출렁다리, 전망대 등을 앞세운 소금산그랜드밸리 조성을 진두지휘한 원창묵 전 원주시장은 당시 “장자제에 있는 것 중에서 여기에 없는 걸 찾아보라”며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다 좋은데, 장자제의 저가 덤핑여행 상품만큼은 배우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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