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병풍 녹취록’ ‘초원복집 녹취록’ ‘명품백 녹취 영상’ ‘이재명 위증교사 녹취록’ ‘김대남 녹취록’…. 중요한 정치적 사건마다 늘 등장하는 것이 녹취록이다. 말은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확인할 길이 없지만, 녹취해 두면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녹취 방법이 훨씬 쉬워졌고 일상적이다.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이 초반 분위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그해 7월 검·군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에 합류한 전 부사관 김대업의 ‘병풍(兵風)’ 폭로가 돌발변수로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김대업은 병역비리 관련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육성 테이프와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정치인들은 김대업을 ‘의인’ ‘용감한 시민’으로 치켜세웠다. 병풍 공작으로 여론이 출렁거리면서 결국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이듬해 녹취가 가짜인 것이 드러나면서 김대업은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1년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개월을 남기고 노무현 정부에 의해 특별 가석방됐다. 1992년 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터진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 진영의 인사들이 부산의 초원복집에 모여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말을 한 것이 녹취돼 선거 판세를 출렁이게 했다.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최재영 목사가 공작한 명품백 사건은 윤석열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김건희특검법 정국의 핵심 증거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 성남시장 비서인 김진성 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달라며 전화한 녹취록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징역 3년이 구형될 정도인데, 만약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이 대표의 대권 꿈은 이 녹취록 하나로 산산이 부서질 위기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의소리 이명수와 나눈 ‘한동훈 공격 사주’ 녹취는 윤·한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현 정권을 흔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매체의 기자에게 이런 주문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 ‘형·동생’하며 11개월여 동안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차관급도 가기 힘든 SGI서울보증의 상근감사로 간 것이 한 대표 공격에 대한 보상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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