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카운티에서 트럼프 지지 조직이 ‘트럼프는 저물가, 카멀라는 고물가’ ‘트럼프는 안전, 카멀라는 범죄’ 등의 피켓을 놓고 참여 등록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카운티에서 트럼프 지지 조직이 ‘트럼프는 저물가, 카멀라는 고물가’ ‘트럼프는 안전, 카멀라는 범죄’ 등의 피켓을 놓고 참여 등록을 받고 있다.


■ 격전지 르포 - (1) 펜실베이니아

“해리스, 공산주의자라 안된다”
“트럼프의 행위 기만적·반역적”
상대방 후보 비난하는 데 집중


이리(펜실베이니아주)=글·사진 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해리스는 공산주의자라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장, 50대 남성 랙)

“반역자 트럼프가 출마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이리 카운티 밀크릭 쇼핑몰, 30대 남성 더스틴 부토리악)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카운티. 미국 대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의 대표적인 벨웨더(지표) 카운티인 이곳의 표심도 확 갈려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가 예정됐지만 유세장 인근을 제외한 도심에서는 선거가 주는 활력 대신 증오의 정치만 남아 있었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보다는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1시간 50분 거리 버틀러 카운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됐던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인 베이프런트 컨벤션센터 몇 블록 전부터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빨간색 모자, 트럼프의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줄지어 행사장을 향했다. 대부분 백인이었고, 가족 단위 지지자도 많았다. 유세장 앞에서 만난 브라이언 생크는 “트럼프 집권 4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4년이 모든 걸 증명하고 있다”며 “트럼프 때는 모두가 행복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불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착순으로 입장이 이뤄져 미처 유세장에 들어서지 못한 이들은 대형 전광판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과 유세를 지켜봤다. 전광판에는 계속해서 불법이민과 물가 등 해리스 부통령의 실정을 지적하는 영상이 쏟아졌고 지지자들은 극단적 구호에 열광했다. ‘Don’t blame me, I vote for TRUMP’(트럼프에게 투표하는 나를 비난하지 마라)라는 구호는 8년 전 ‘샤이 트럼프’로 불렸던 이들이 이제 공화당 주류가 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보여줬다. 연신 전광판을 향해 사진을 찍어대던 랙은 펜실베이니아주의 최대 이슈는 일자리와 프랙처링(셰일 석유 추출 핵심 기법인 수압파쇄법)이라며 “트럼프는 이미 완벽하게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여성인 도레이는 “4년 전에도 트럼프가 이겼는데 승리를 빼앗겼다”며 “해리스는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 유세장에서 채 1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한 패스트푸드점, 친구들과 햄버거를 먹고 있던 20대 흑인 남성 새무얼은 “트럼프보다 이해 안 되는 게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리 카운티의 한 쇼핑몰에서 만난 채드는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가는 건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더스틴 부토리악은 기자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적’ 지지하는 이유를 보냈다. “트럼프의 행위는 기만적이고 반역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와 해리스 지지자 모두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보다 상대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더 열정적이었다.

다음 날 찾은 버틀러 카운티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7월 이곳에서 유세 중 피격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10월 첫 주말에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라는 뉴스가 나와서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트럼프가 오면 어떻게든 나가봐야겠다. 나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모차를 끌던 지미는 “솔직히 트럼프는 꼴도 보기 싫다. 왜 또 오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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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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