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진료비 등 1년에 2000억 누수 1725곳 덜미… 환수율 7% 불과 적발될 때까지 평균 6~8년 걸려 신속 수사위해 특사경 확대 시급
불법 의료기관인 A 사무장병원에서는 2021년부터 2023년 2월까지 간호조무사와 언어재활사가 언어발달이 늦은 어린이들에게 처방·진료를 했다. 이들은 어린이 환자 부모에게 ‘허위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 19억3000만 원을 챙겼다. 코로나19 탓에 마스크 착용이 늘어나면서 언어발달 지연을 겪는 어린이들에게 발달장애 코드를 부여한 후 실손보험금 청구를 유도한 신종 보험사기였다. 해당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에 착수하자 지난해 2월 돌연 폐업 신고했다. 미리 납부한 진료비 피해는 어린이 환자와 부모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 등 불법 의료기관의 신종 불법행위가 늘면서 건보 재정이 새고 있지만 평균 적발 기간이 6~8년이나 걸려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등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 의료기관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가 적발돼 환수 결정된 금액은 최근 15년간 3조 원을 넘었지만 징수율은 7.64%에 불과해 보건의료 분야 수사 전문성 보강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을 말한다.
4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적발된 불법 의료기관은 1725곳에 달했다. 이들 기관이 토해내야 할 돈은 3조1200억 원에 달하지만 징수된 금액은 2382억 원(7.64%)에 그쳤다. 한 해 2000억 원씩 건보 재정 누수가 발생한 셈이다. 징수율은 매년 10%를 밑돌고 있다. 환수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무장병원이나 면대약국이 재산을 빠르게 은닉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데 비해 적발·수사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개설 의료기관 237곳의 개원일부터 적발일까지 평균 운영 기간은 6년 5개월, 불법 개설 약국 94곳의 평균 운영 기간은 7년 9개월에 달했다. 올해 적발된 불법 개설 의료기관 28곳 중에는 35년 넘게 운영된 병원이 포함되는 등 7년 이상 운영한 불법 의료기관이 14곳이나 됐다.
불법 의료기관 적발은 쉽지 않은 반면 이를 단속할 보건복지부의 특사경은 현재 단 3명에 불과하다. 신속한 수사와 환수를 위해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이 몇 년간 논의됐지만 의료계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정부는 건보공단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 기간이 약 3개월로 단축되면서 연간 수천억 원대 재정 누수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관련 법안 6건이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불법 의료기관 적발 속도를 높이려면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이 다수 필요한 만큼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조치를 조속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