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조원대 쩐의 전쟁’ 분수령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자사주매입 승부수에
MBK측 공개매수가격인 75만 원 웃돌아
MBK측 승기잡기 어려울 듯… 2차 공개매수 촉각
영풍정밀, ‘캐스팅보트’ 부상… 지분 확보전 가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이 4일 끝나는 가운데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실패하거나 연합 측의 2차 공개매수 시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이날 자기 주식 취득(자사주 매입)에 돌입해 반격에 나서면서 해당 주가는 공개매수가를 웃돌고 있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고려아연 계열사 영풍정밀 주가도 20% 이상 폭등한 상황이다. 이들이 모두 합해 6조 원대의 ‘쩐의 전쟁’에 나서면서, 누가 이기든 사실상 실익이 없는 ‘승자의 저주’로 남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총 3조1000억 원을 투입해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달 23일까지다. 고려아연의 주당 매수가격은 MBK 측이 제시한 가격(주당 75만 원)보다 8만 원 높은 83만 원으로, 고려아연은 최대 15.5%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백기사’(우군)인 베인캐피탈의 대항 공개매수 방식으로 최대 2.5% 지분을 얻어 총 18% 지분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전장 대비 5.04% 상승한 74만9000원에 장을 시작해 75만 원을 웃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MBK 측은 공개매수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져 최소 물량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MBK 측이 매수 가격을 높이는 등 2차 공개매수 도전에 나설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K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추가로 인상하면, 공개매수 기간은 10일 더 연장된다. MBK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우호세력 포함)은 각각 33% 내외로 엇비슷한 상황인 만큼 1.85%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을 누가 가져올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MBK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성공하는 경우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40%대 초반으로 비슷해질 것”이라면서 “고려아연 의결권(3.7%)을 보유한 영풍정밀의 경영권 향배가 핵심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풍정밀 주가는 20% 이상 오르며 3만 원을 웃돌고 있다. MBK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2만5000원에서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인) 주당 3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맞불’을 놓은 영향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2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 개척에 나선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이 이기든 미래 사업 투자금을 미리 끌어와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며 “기업 인수·합병(M&A) 이후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최지영·신병남 기자
최지영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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