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멜론홀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중기부 제공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멜론홀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중기부 제공


■ 중기부 ‘바이오 스타트업·창업’ 맞춤형 지원

충청 ‘첨단재생바이오’ 8개사
日최대 바이오클러스터 입주
탄력적 규제로 ‘빠른 인허가’

강원 ‘AI헬스케어’ 규제특례
이달말 건보공단 데이터 활용
에스토니아와 협력 네트워크


“규제를 철폐하지 않고 인허가 및 심사제도를 개선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것입니다.”

최근 첨단바이오 관련 포럼에서 만난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은 3000개에 달할 정도이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 막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는 바이오 기업은 16개사에 불과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의 제약을 극복하고 바이오 스타트업들의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정책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혁신특구 지원 사업을 통해 바이오 산업 중 유망 분야인 ‘첨단재생바이오’와 ‘인공지능(AI) 헬스케어’ 관련 기업 육성을 확대하고 있다.

첨단재생바이오 산업은 희귀·난치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으며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의 요구사항도 시시각각 변해 기업의 애로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기업들은 규제개선을 기다리지 않고 일본으로 진출했다. 일본은 첨단재생바이오산업의 규제가 한국 대비 선진적이고 명확하며,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다수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주재해 일본 쇼난 아이파크에서 개최된 ‘한·일 바이오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에는 다케다, 아스텔라스, 오츠카 등 글로벌 제약기업의 임원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 바이오벤처와의 협력이 바이오산업 혁신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쇼난 아이파크는 다케다 제약이 만든 일본 최대의 바이오클러스터로, 올해 9월부터 충북 특구기업 8개사가 입주했으며 향후 2년간 일본 현지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쇼난 아이파크에 입주한 기업 중 한 곳인 ‘유스바이오글로벌’의 유승호 대표는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규제환경이 조성된 일본에서 임상실증을 하면 보다 빠르게 인허가를 획득할 수 있어 세계시장 진출까지 도모할 수 있다”며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충북 특구기업들이 일본에서 축적한 연구·임상데이터를 복지부·식약처와 국내 제도개선 관련 부처협의 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5월 10일 일본 쇼난 아이파크에서 열린 ‘한·일 바이오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에서 오영주(왼쪽) 중기부 장관과 후지모토 도시오 쇼난 아이파크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기부 제공
지난 5월 10일 일본 쇼난 아이파크에서 열린 ‘한·일 바이오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에서 오영주(왼쪽) 중기부 장관과 후지모토 도시오 쇼난 아이파크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기부 제공


또 다른 유망 산업인 ‘AI 헬스케어’는 고품질·대량의 의료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양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보유한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 활용에 관한 논의는 아직 갈길이 멀다. 불분명한 개인정보 활용 관련 법 제도가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한다.

강원 AI헬스케어 글로벌혁신특구에서는 네거티브 규제특례가 적용돼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확보해 라이프로그, 유전체정보 등까지 결합한 완성형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법률·기술 전문가와 함께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이르면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데이터 활용을 시작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강원 특구에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 및 실증 지원이 제공된다”며 “의료기기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인증기관이 제품 개발 단계부터 성능검증, 시험검사 전반에 걸친 기술자문과 사전검토를 제공하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의료기기 인증의 애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신속인증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AI 헬스케어 선도국가로 알려진 에스토니아와 구축한 협력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실증 데이터를 쌓기 위해 에스토니아 대학·병원 등과 협력하는 국제공동 연구·개발(R&D)도 지원 중이다.

‘글로벌’이라는 이름을 내건 만큼, 글로벌혁신특구는 실증과 연구개발의 협력주체와 공간을 국내로 한정하지 않는다. 해외실증, 국제공동 R&D를 적극 지원해 기업의 신속한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다. 또한 국내 특구 내에서는 네거티브 규제특례를 적용해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준다. 올해 충북, 강원, 전남, 부산 4곳이 지정됐으며 내년 지정을 위해 공모가 진행 중이다. 신속한 글로벌 시장 진출과 제도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중기부의 도전이 성과를 이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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