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오페라 초창기 자료전… 박수길 오페라역사박물관 대표
“춘희·춘향전 등 관련 47점
이인선·현제명 등도 기려
박물관 건물 성사 안됐지만
이번 전시통해 응원해주길”
“오페라역사박물관이라는 조직은 있지만, 실재하는 건물은 없습니다. 예술의전당(예당) 오페라하우스에 박물관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예당 측도 사정이 있어서인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첫 전시는 가치가 무척 큽니다. 오페라하우스 1층 로비 옆 카페의 20여 미터 벽면을 빌려서 하기 때문에 공간은 다소 옹색합니다. 그러나 한국 오페라 태동기를 살필 수 있는 귀한 자료를 선보입니다. 쓰레기가 되어 영원히 사라질 뻔한 자료들을 발굴해서 보여주는 것이니 감격스럽습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참으며 해야 할 말을 했다. 박수길(사진)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 공동대표. 올해 83세의 박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테너 성악가로 활약하며 한양대 음대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길러냈다. 그는 지난 2022년 7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페라역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페라 애호가인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회장, 작곡가인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과 함께였다. “선진 문화국가들처럼 국립 오페라극장 안에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을 추진해왔어요. 그런데 지금껏 성사시키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물관의 첫 전시 ‘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를 오는 10일 개막한다. 내년 3월 30일까지 여는 이번 전시는 1948년 한국 첫 오페라 ‘춘희’ 공연에서부터 1962년 국립오페라단 창단까지 총 47여 점의 자료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세브란스 의전 출신 의사였던 테너 이인선을 비롯해 작곡가 현제명, 연출가 서항석 등 초기 우리 오페라인들의 활동을 돌아본다. 또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페라의 한글 번역 대본 등의 의미를 살핀다.
“한국 첫 오페라인 1948년 작 ‘춘희’와 1950년 작 ‘카르멘’ 초연 프로그램 북을 볼 수 있습니다. 첫 한국어 오페라인 ‘춘향전’을 1951년 7월 피란지 대구에서 재공연했던 당시의 프로그램 북도 있습니다. 모두 기증받았습니다. 귀한 자료를 희사한 분들뿐만 아니라 그 자료를 발굴해 준 전문가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자료 수집과 보관에 앞장서고 이번 전시 비용을 지원한 성규동 회장께도 경의를 표합니다.”
레이저 전문기업 이오테크닉스 창업주인 성 회장은 한국바그너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음악인들과 교우해왔다. 그는 박 대표와 함께 오페라역사박물관 추진위원회에 참여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박물관 총무인 손수연(단국대 음대) 교수는 이번 전시 기획을 이끌었습니다. 건축가인 최윤희 바래(BARAE) 공동대표도 기획에 동참했지요. 돈 되는 일이 아님에도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페라는 무용, 작곡, 교향악단, 미술, 역사 등 다양한 장르가 모인 종합예술이니 오페라역사박물관 설립은 한국 공연예술사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박 대표는 이번 전시가 국민과 정부, 언론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했다. “갈 길이 멀지만, 꾸준히 걸으면 꼭 이룰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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