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경 경제부장

미국 플랫폼 기업 독점 가속화
기반 취약 유럽은 규제 일변도
中은 정치적 목적에 강한 압박

유럽식 사전 규제 요구 제기 속
토종 살아 있는 한국 특색 고려
지원·규제 병행 양면 지혜 필요


가히 플랫폼 전성시대다. 애플 등 미국산 플랫폼 기업들은 전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고, 다른 국가들은 이들의 무차별적 침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 지극히 예외적인 국가로 꼽힌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그나마 유의미하게 시장을 지키는 희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업자가 동시에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단면 시장과 달리 플랫폼에선 승자 독식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각국 경쟁 당국의 규제 강도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EU)은 강력한 플랫폼 기업 규제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EU는 지난 3월 디지털시장법(DMA)을 전면 시행했다. DMA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독과점 사업자)’로 지정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18가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총매출액의 10%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게이트키퍼에 속한 플랫폼 기업으로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알파벳)·아마존·메타·틱톡(바이트댄스)·부킹닷컴 등 총 7개다. 대개 미국 플랫폼 기업이 주 타깃이다. 유럽이 DMA 등을 통해 플랫폼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이 현저히 밀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령 구글은 유럽 검색 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미국 플랫폼 기업 침투를 막고 있는 중국은 2020년 들어 정치적 목적에서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해 강력히 규제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21년 8월 제10차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핵심 의제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공산당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심화된 양극화, 빈부 격차 등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부동산, 사교육 등과 함께 집중포화를 맞았다.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 상장 연기·알리바바 반독점 위반 벌금 3조 원 부과·디디추싱 뉴욕증시 5개월 만에 자진 상장 폐지 등 일련의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중국은 2023년부터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정책 선회를 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장이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공동부유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인데 플랫폼 강력 규제 상흔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자율 규제로 돌렸다. 구글이 지난 8월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해 사업군별로 기업이 쪼개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흐름을 보면 미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플랫폼 규제를 해야 한다. 토종 플랫폼 회사들이 미국 및 중국 플랫폼 회사들의 공세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만,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호출서비스 시장에서 경쟁 회사에 대해 영업기밀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호출을 차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24억 원을 부과받는 등 토종 플랫폼 회사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거치면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EU나 중국처럼 사전 규제를 해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최선인가. 현실적으로 구글 등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까. 오히려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 플랫폼 기업의 파상 공세에 소버린 AI는 그나마 대안으로 평가된다. 자국의 언어·문화·가치관 등을 반영하는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활용하는 소버린 AI 운영 역량을 갖춘 곳은 네이버 등 토종 플랫폼 기업 한두 곳밖에 없는데, 스스로 힘을 빼는 게 온당한지 자문해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정위의 플랫폼 사후 규제 방침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소버린 AI 개발 등에 대해선 전폭적 지원을 하되, 개별적 위반 행위에 대해선 오해받지 않도록 신속하고 추상같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유회경 경제부장
유회경 경제부장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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