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의 희생자들이 묻힌 곳, 4·19민주묘역이 있는 곳은 서울 강북구의 수유동이고, 그 이름은 水踰峴(수유현)이란 고개에서 왔다. 비록 아주 낮은 고개지만 비가 오면 북쪽의 물은 우이천으로, 남쪽의 물은 월곡천으로 흘러간다. 우리말 지명은 무너미고개로 한자 水(물 수), 踰(넘을 유), 峴(고개 현)의 뜻을 빌려 표기한 것이 水踰峴이다. 지금도 무너미경로당의 이름으로 살아있긴 하지만, 서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수유동, 수유역 등의 한자 지명은 많이 들어봤어도 무너미 또는 무너미고개란 우리말 지명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것 같다. 이 무너미고개의 이름은 여차하면 이쪽과 저쪽의 물이 넘쳐흐를 정도로 낮은 고개이기 때문에 붙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꼭 맞는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서쪽의 도림천 유역에서 경기 안양시 석수동과 비산동의 경계를 흐르는 삼성천 유역으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도 무너미고개다. 관악산(632.2m)의 산줄기가 낮아지다가 다시 높아져 삼성산(489.9m)으로 솟아나는 경계선 역할을 하는 고개로 그 높이가 결코 낮지 않다. 누구도 숨을 헐떡이지 않고는 걸어 넘을 수 없고,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중간에 몇 번이고 쉬면서 넘어가야 한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에서 가장 낮은 고개라는 점은 맞지만, 이쪽과 저쪽의 물이 넘쳐흐를 정도로 낮은 고개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너미는 문지방의 사투리라고도 한다. 쉽게 넘나드는 문지방처럼 어떤 지역에선 그래도 쉽게 넘을 수 있는 가장 낮은 고개라는 의미를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의 인터넷 포털 지도에서 ‘무너미’ 또는 비슷한 이름인 ‘무네미’로 검색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곳이 나온다. 필자가 다 가보지 않았기에 확언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지역에서 가장 낮은 고개의 이름일 것이다. 그 이름이 있는 지역에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