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 갈등이 악화일로다. 8월 말 의료대란 해법 등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재발화했고,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회동이 연기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여당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지나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났지만, 안 만난 것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분란 소지만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튜브 ‘서울의 소리’에 한 대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대표의 독대 요구를 거부한 윤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불러 만찬을 한 것도 ‘한동훈 패싱’ 논란을 낳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찬 회동을 한 다음 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은 아직도 한 대표를 옛날 검찰 때 데리고 있던 부하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첫 번째 독대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는데 두 번째 독대라고 수용하겠나”라며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감정의 골이 굉장히 깊어진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 올해 1월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지지 철회’를 전했을 때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됐다. 여전히 말 안 듣는, 혹은 배신한 부하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한 대표는 ‘관계’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는 전당대회 당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친소 관계가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주는 것을 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는 “개인 간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했고, 사석에서도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공적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틀어진 관계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의료 문제 등 현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공허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권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끊임없이 윤 대통령 및 여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일반 증인 중 절반 이상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인물일 정도로 야당의 공세는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로 치부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지금까지는 ‘탄핵’이 야권 지지층을 고려한 정치적 수사 성격이 더 강했지만, 점차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치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2016년과 비교하며 ‘10월 위기론’이 거론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반목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여당 대표에게 미래가 있을까. 답은 ‘난망(難望)’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를 두 사람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