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직원 등은 현지 남아

레바논에 있던 우리 교민들이 철수 결정 이후 사흘 만에 13개국 영공을 뚫고 날아 한국 땅을 밟았다. 매일 밤 미사일과 포탄이 떨어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외교부의 타국과의 소통, 국방부의 신속한 군 자산 준비, 현지 공관의 교민 소통 노력, 대통령실의 적기 결정 등 네 요소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외교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레바논 체류 우리 국민 96명과 레바논 국적 가족 1명 등 총 97명은 우리 군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지난 5일 오후 12시 50분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개최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지시한 지 약 사흘 만이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자 타국 공관의 레바논 교민 철수 동향을 긴밀히 점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독일 등 일부 서방국의 자국민 철수가 임박했다는 첩보가 날아든 것도 이때였다. 외교부는 즉각 본국에 레바논 현지 분위기를 보고했고, 대통령실은 교민 철수 결정을 내렸다.

레바논 전장에서 교민들을 구출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군 수송기 경로 상에 있는 필리핀, 대만 등 13개 국가에 ‘영공 통과’ 협조를 요청해 허가를 받아야 했다. 외교부가 파견한 신속대응팀 5명은 군 수송기가 기착한 스리랑카 콜롬보에서의 소통·협조 업무 등을 맡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3일 압달라 라쉬드 부 하빕 레바논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협조를 당부했다.

국방부는 시그너스 외에도 혹시 모를 우발상황에 대비해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를 함께 전개했다. 슈퍼 허큘리스는 항행안전시설이나 관제탑이 제 기능을 못 할 때도 이착륙할 수 있으며 피탄 시에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지 공관은 지난해 10월부터 레바논에 거주하는 교민들과 소통하며, 한국 철수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현재 공관 직원들은 철수하지 못한 우리 교민 40여 명의 안전을 위해 현지에 남은 상태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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