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소득보전 실험 성과
근로소득 늘고 교육비 더 지출


83세 고령의 어머니를 부양하며 통역 일을 하던 김모(38)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이 끊겼다. 이전에 모은 돈과 어머니의 국민연금, 기초연금까지 쓰면서 간신히 생계를 꾸리던 중 지난 2022년 서울디딤돌소득(옛 안심소득) 수급자가 됐다. 매달 100만 원을 지원받으면서 생활이 안정됐고, 최근 직장을 구해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디딤돌소득 수급자에서 벗어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정책 실험인 디딤돌소득이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하면서도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 효과를 내고 있다. 디딤돌소득은 일정 금액을 전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기준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한다. 일을 하면 할수록 가구 소득이 더 증가하게 설계돼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2단계(중위소득 85% 이하에 지원)의 탈(脫)수급률은 8.6%로 1단계(중위소득 50% 이하에 지원)보다 3.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단계 디딤돌소득을 지원받은 가구 중 근로소득이 증가한 비율은 31.1%로 1단계보다 9.3%포인트나 높아졌다. 서울시는 이날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이런 내용의 디딤돌소득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포럼에서는 오 시장과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퍼드대 사회학 교수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득보장제도의 가능성’을 주제로 특별대담도 진행했다. 샹셀 소장은 “부(富)의 불평등 해소 대안으로 서울디딤돌소득을 꼽을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기존 현금성 지원제도를 서울디딤돌소득으로 통합·연계해 재원을 확보한다면 추가적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 시장은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기회의 차이가 커지면서 계급이 고착화하고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디딤돌소득 지원이 장기적으로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수급 가구는 비교 가구(비수급 가구)보다 교육훈련비를 72.7% 더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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