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에 의해 행해진 크고 작은 무력 공격은 앞선 정보력을 기반으로 한 군사력의 우위를 보여준다. 반(反)이스라엘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최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무선호출기(삐삐) 폭파’와 수장(首長) 하산 나스랄라 제거 때 사용한 ‘벙커버스터 폭탄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0월 7일 정보 실패로 인해 하마스에 기습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현재 모사드를 중심으로 휴민트(인적정보)와 시긴트(신호정보) 및 테킨트(과학기술정보) 등을 총동원한 보복공격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중이다. 이러한 정보력은 이스라엘의 군사과학 기술력과 동맹 외교력이 그 바탕이다.
특히,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를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하고 나스랄라를 제거한 것은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정보력으로 가능했다. 재조명되는 이스라엘의 정보 조직은 대외 정보기관인 모사드, 국내 담당인 신베트, 군 정보국인 아만, 사이버 첩보전을 수행하는 ‘8200부대’ 등인데, 첨단 장비와 동맹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기밀정보를 바탕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에서 보여준 군사력은, 무엇보다도 그 우월한 정보력과 끈끈한 동맹 네트워크에 의해 뒷받침된다. 예를 들어, 첩보기관인 8200부대는 헤즈볼라의 휴대전화와 각종 통신 수단을 더 잘 감청할 수 있도록 최첨단 해킹 도구를 개발했으며, 미국 국가안보국(NSA)과의 정보 협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단거리·저(低)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은 이번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우방의 도움도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현재 인근 해역에 강력한 레이더 방공망을 갖춘 이지스함을 파견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선제공격은 정보 판단에 근거한 사전 ‘방어적’ 조치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핵심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미리 알아낸 이스라엘 군의 준비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제공격을 통해 이란에도 언제든지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음을 이스라엘은 보여줬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은 이란을 직접 공격할 준비를 끝냈다’고 5일 보도했다. 미국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지난 1일 ‘국군의날’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사령부’를 출범시켰다. 문제는, 군사력이 적절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적시에 정확한 정보력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은 약화했고, 최근 군 정보기관의 기강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북 정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의 원활한 협조 체제 구축이 요구된다. 이제 더는 정치 논리로 대내외 안보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을 흔들어선 안 된다.
국군의날 광화문 시가행진에서 우리는 국군의 막강한 힘과 충천한 사기를 확인했다. 그러한 힘과 사기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정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전은 ‘누가 정보를 장악하느냐가 승리의 열쇠’이다. 오늘날 신냉전의 한반도 주변 정세에서 살아남는 길은 정보 역량 강화뿐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