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2026∼2030년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타결됐다. 미 대선 이후의 동맹 관리를 걱정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4월부터 8차례 회의 끝에 최초 연도(2026) 분담금을 2025년도보다 8.3% 증액된 1조5192억 원으로 하고, 5% 이내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도별 분담금 인상률로 하기로 양국은 합의했다.
우선, 최단 협상 기간을 기록하면서 분담금 사용의 효율성·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들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매우 성공적이다. 국방비 증가율(평균 4.3%) 대신 연 2% 안팎으로 예상되는 CPI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 양국 간 쟁점이던 미군 역외자산 정비 지원을 폐지한 것 등이 주요 성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쾌거에도 불구하고 11·5 미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동맹 관리를 위한 과제가 만만찮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국제관계·동맹 중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 카멀라 해리스 집권 시 동맹의 무난한 재출발이 예상되지만, 버락 오바마∼조 바이든 집권 동안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약해지고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군비와 핵무기 축소, ‘전략적 인내’ 등이 강조되는 가운데 북핵은 방치되다시피 했고, 미국이 함정·잠수함·전투기 등의 부족 사태를 겪는 중에 ‘신(新) 악의 축’ 국가들은 곳곳에서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을 시도했다. 그래서 해리스 집권 시 세계가 더 위험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우리도 방위비 분담금 타결이 더 안전한 한반도를 보장할 것으로 믿어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시 러시아·이란·중국 압박과 핵 태세 강화 및 대(對)중동 영향력 회복 등이 예상되고, 북한에 대해서도 ‘당근과 채찍’ 정책이 재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재부팅되면서 자유민주 가치나 동맹국의 안전보다는 미국 국익을 우선시하는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가 화두로 재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양편으로 갈라져 다툴 이유는 없다. 우리는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새 정부와 친구가 돼 유리한 점을 활용하고 불리한 점을 보완하는 자세로 동맹을 꾸려 나가야 한다. 그것이 자강(自彊)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지정학적 여건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선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신고립주의가 민주당과 공화당을 관통하는 전 미국적 현상임을 유념해야 한다. 미 대선 이후 굳건한 동맹 유지를 위해서는 국방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민주당 정부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으며, 트럼프 재집권 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파기하려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올해 국방비로 전년 대비 3.6% 늘어난 61조6000억 원을 편성했지만, 물가인상률과 무기값 인상을 고려하면 결코 증가한 액수가 아니다. 방위력 개선비보다 전력 운영비를 더 많이 인상하고 과도한 병사 봉급 인상으로 병력 구조가 왜곡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자강은 물론 유사시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줄 우방을 만드는 데도 유리하지 않다. 성공적인 방위비 분담금 타결을 축하하면서, 미 대선 이후의 동맹 관리를 위해 공백 없이 세심한 대책을 수립·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