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랑합니다 - 졸업 40주년을 맞은 전라고 동창생들 <상>상>
내 고향 전북 전주의 명문 전라고를 졸업한 지 올해로 40주년이 됐다. 세월은 참 빠르다. 여러 어른과 선배님 말씀대로 해가 갈수록 세월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절감한다.
불혹을 앞둔 2004년 고교 졸업 20주년을 맞아 뭉친 데 이어 2014년에도 졸업 3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지만 어느새 또 10년이 훌쩍 지났다. 34년째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지금도 끊임없이 만나고 있지만, 고등학교 동문은 매우 각별한 사이다. 우리 사회에 그렇게 정해진 원리나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동기 친구들은 더욱 특별하다.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희로애락의 중요한 대목을 이 친구들과 함께 해왔고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소싯적에 첫사랑 같은 야릇한 경험을 할 때 속마음과 사연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았고, (당시 새파란 고교생들이 무엇을 얼마나 알았을까 싶지만, 그때 우리는 어른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고 심오하고 구체적인 조언을 서로 나눴다.) 인생의 진로를 선택할 때도 고민을 함께했고, 인생의 반려를 정하고 결혼식을 할 때도 가장 먼저 고교 친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친구들과 만나 왕년의 추억과 작금의 인생사를 함께 떠들고 얘기한다. 한 반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물론 학창 시절에는 면식이 없었던 친구들도 오랜 세월을 거치며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볍게 희로애락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한때 고등학교 친구가 제일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의심한 적도 있다. 고교 시절은 의리와 인연을 바탕으로 한 미성숙기인 반면 고교 졸업 이후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력과 이성이 갖춰진다고 봤고, 대학 시절 적잖은 선후배들과 만나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고교 학창 시절과 졸업 이후의 교류에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교 친구들과의 인연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6∼7년 전 비교적 순조롭게 다니던 직장에서 큰 고비의 순간이 왔고 고통과 시련을 겪었다. 나름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25년 넘게 지속해온 언론계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까지 해봤는데 친구와 지인들의 위로와 조언 덕분에 험한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매일 심신의 피로 속에서 상규, 명연, 영택, 갑용, 주철, 부열, 석신, 용석, 준석, 정훈 등 고교 친구들이 큰 위안이 됐다. 친구들은 반복되는 나의 푸념과 한탄을 인내하며 들어주고 시간을 내어 놀아주고 나아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법정 다툼에서 완벽히 승소해 나의 억울함이 풀리도록 힘써줬다.
생각이 깊은 사업가인 윤섭, 훈은 회사에 맞서 소송을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줬고, 법조계에 있는 태의와 종윤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나와 함께 언론계에서 일해온 친구는 무도하고 파렴치한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의 시말을 세상에 알리도록 방법을 찾아줬다.
다른 지인들의 도움도 컸지만 고교 친구들은 기꺼이 내 편에서 얘기를 경청해줬다.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준다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겠지만 친구들의 조력과 조언은 큰 힘이 됐고 평생 갚아나갈 은혜로 마음에 남아 있다. 나는 당시 민사소송을 제기한 원고였고, 피고로 패소한 회사의 주축 인사들은 현재 퇴사하거나 사내에서 무력화됐다. 친구들과 함께 고대했던 인과응보, 사필귀정은 다행히 현실이 됐다. 현재 나는 회사에서 소중한 보직을 맡아 하루하루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태현(전라고 14회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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