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자의 사랑수업’ 출간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성취한 99%는 남에게 받아
그래서 지식으로 베풀려 해
장수하려면 일·사랑이 필수
1년을 10년처럼 살고 있어”
‘장수의 아이콘’인 104세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요즘 ‘사랑 전도사’가 됐다. 지난해까지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등을 통해 인생의 행복에 관해 이야기했던 그는 올해 ‘김형석, 백 년의 지혜’를 출간하면서 삶에서 ‘사랑’이 갖는 중요성을 언급했고 지난달 말 출간한 신간은 제목부터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이라고 정했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다면, 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사랑하니까 존재한다.” 최근 집필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김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인근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는 끊임없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한 가지만 성실하게 하고 99가지는 남에게 받았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99%가 남에게서 받은 것이라면 그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에게 최근 들어 이어지는 집필 작업은 그간의 지식에 대한 가르침인 동시에 베풂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기주의자”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데 개인주의자는 나에게서 시작해 사회로 향하는 사람이고 이기주의자는 밖으로 향하는 문을 닫고 나로 끝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김 교수의 신체 건강에 관심을 갖지만 사실 그는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지난 3일 열린 한국헬시에이징학회 심포지엄에서 그는 또렷하고 건강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장수의 뿌리”라고 밝혔다. “특히 70대가 된 뒤에는 정신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는 이를 지키기 위해선 일과 공부, 사랑이 필수적이라고 꼽았다. 최근 수년간 더욱 집필에 매진하며 한해에 2∼3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부가 70대 중반이 되면 한 사람이 먼저 가기도 해요. 그때 되면 외로움과 고독감이 같이 오는데 그래서 나이가 들면 일을 해야 하고 꾸준히 배워야 하고 친구가 있어야 해요. 요즘 나이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해요. 열심히 연애하라고.”
이전보다 기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걷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그지만 1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그는 쉼 없이 이야기를 했고 또 사랑을 전했다. “늙어가는 건 미래가 짧아지는 것”이라는 그는 여전히 시간이 아깝고 이뤄야 할 목표가 남아있다. “시간이 자꾸 아까워요. 지금 내가 사는 1년이 20·30대의 10년과 같은데 그 시간 동안 실수한 것을 바로 잡고 싶어요. 그리고 일하고 싶고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면 좋겠어요. 그 이상은 욕심이야.”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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