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최윤범 회장·MBK측 공개매수 차입금 4.4조

각각 2.5조·1.9조 빚내
최회장 측이 승리해도
당기순익 23%를 이자로

매수가 또 올릴 가능성
‘승자의 저주’ 우려 확산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따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가 금융회사로부터 급전으로 빌린 차입 규모만 4조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부담해야 할 이자만 2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이후 누가 경영권을 쥐더라도 신사업 투자 등 경영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양쪽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어부지리 격으로 이득을 챙기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번 공개매수 사태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경우 공개매수 자금 총 3조930억 원 중 차입금 규모만 2조5071억 원(7일 기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처를 보면 △메리츠증권 1조 원(기간 1년, 연 6.5%) △하나·스탠다드차타드은행 1조1635억 원(9개월, 연 5.5%·변동 4.67%) △한국투자증권 3436억 원(9개월, 5.5%) 등이다. 차입 기간을 다 채우면 이자만 최대 1276억 원(하나·스탠다드차타드은행 차입분 연 5.5% 계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영권을 뺏으려는 영풍·MBK 연합(한국기업투자홀딩스)도 차입금 관련 이자비용으로 최대 841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공개매수 자금 2조5140억 원 중 1조9595억 원(4일 기준)을 금융사 등으로부터 차입했다. △NH투자증권 1조5785억 원(9개월, 연 5.7%) △영풍 2713억 원(9개월, 5.7%) △엠비케이파트너스육호사모투자 합자회사 1097억 원(1년, 4.6%) 등이다. 현재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과 영풍·MBK 연합이 조달한 차입금 규모는 4조4666억 원으로 이자비용만 2117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수조 원대 차입금이 조달되면서 이후 비용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현 경영권을 쥔 고려아연이 승리하더라도 이자비용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5334억 원)의 23.9%를 지출해야 한다. 원금 상환이 어려우면 차입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데다 양쪽이 공개매수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도 풍문 유포 등 고려아연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착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재무상태가 나빠지면 투자자뿐만 아니라 급전을 빌려준 금융회사들도 부실이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개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보고,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도 적극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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