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힌데미트 ‘화가 마티스’

원래 오페라로 만들려던 곡
베를린필 요청에 교향곡으로
佛 수도원 장식화가 모티브
獨선 괴벨스 감시로 공연못해



‘현대 음악은 난해하다’라는 편견이 있다. 대다수의 현대 음악들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아름다운 선율이나 조화로운 화성 대신 좀처럼 잡히지 않는 선율과 불협화음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현대 음악은 전문 음악인들이나 음악 애호가들 중에서도 오직 고수들만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갖고 아예 귀를 닫은 채 시도조차 꺼리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그렇지만 현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 형식이 단순 명료해 듣기에 어렵지 않아 귀에 잘 담기는, 초심자라 할지라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독일 출신의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의 교향곡 ‘화가 마티스(Mathis der Maler)’다.

힌데미트는 22세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콘서트 마스터를 지냈던 연주자 출신의 현대 작곡가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이기도 하다. 1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작곡가로 활동하기 시작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부상하였다. 그를 대표하는 걸작이 바로 교향곡 ‘화가 마티스’이다.

‘화가 마티스’는 그가 39세이던 1934년 작곡된 작품으로 르네상스시대의 실존 인물인 마티아스 그뤼네발트(Mathias Grunewald·1470∼1528)와 그가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 원래 힌데미트는 교향곡을 쓰기 이전에 그뤼네발트를 소재로 오페라를 쓸 계획이었다. 그뤼네발트는 1500년대 초반 독일 농민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로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에 관해 고민했던 인물이다.

그가 구상했던 오페라의 내용은 이랬다. 군대에 쫓겨 숨어들어 온 농민군과 그의 딸을 만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그뤼네발트는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주며 농민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농민들을 위해 붓을 내던지고 대신 창을 들었으나 결국 전쟁은 농민들의 패배로 돌아가게 된다. 그가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한 기도를 드릴 때 사도 바오로가 나타나 그에게 다시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릴 것을 명하자 다시금 붓을 들어 예술가로서의 사명을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위의 내용으로 오페라 작곡을 구상하던 무렵 당시 세기의 지휘자인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angler·1886∼1954)로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을 위한 교향곡 한 편을 작곡해 줄 것을 위촉받게 된다. 그러자 힌데미트는 당시 구상 중이었던 그뤼네발트에 관한, 그가 실제 프랑스 동부 콜마르의 이젠하임 수도원에 남긴 세 장의 제단 장식화를 모티브로 총 3악장의 교향곡을 작곡하게 된 것이다.

1934년 3월 12일 푸르트벵글러의 지휘 아래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초연됐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오토 클렘페러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에 의해 공연됐다. 교향곡은 이후 레닌그라드에서도 공연될 만큼 호평을 받았지만 당시 독일을 집권하고 있던 나치 정권에는 눈엣가시였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예술가의 저항정신, 반정부 운동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교향곡에 이어 원래 구상했던 오페라 ‘화가 마티스’도 1935년 완성됐지만, 괴벨스의 비판과 감시 아래 독일에서 공연될 수는 없었다. 결국 1938년이 돼서야 스위스 취리히에서 초연될 수 있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힌데미트 교향곡 ‘화가 마티스’

1934년 작곡된 작품으로 파울 힌데미트의 대표작이다. 전체 3악장으로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가 이젠하임 수도원에 남긴 세 장의 제단 장식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1악장 천사의 합주(Engelkonzert)는 그뤼네발트가 살았던 시대의 옛 시 ‘세 천사 아름다운 노래 부르다’의 선율이 트롬본에 의해 울려 퍼지고 이어 기쁘고 축복스러운 선율이 뒤따른다.
2악장 매장(Grablegung)은 장송곡을 연상시키는 침울한 선율의 악장이다.
3악장 성 안토니우스의 시련(Versuchung des heiligen Antonius)은 ‘시온의 주제를 찬양하라’라는 중세의 찬미가가 등장하며 관악의 화려한 사운드와 함께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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