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이 8일 최종 우승자를 배출하면서 뜨거운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본명 권성준)는 매 라운드 창의력과 순발력, 최고의 맛으로 심사위원과 시청자를 홀렸다. ‘계급장 떼고 붙자’는 프로그램의 표어에 부응하듯 흑수저 요리사 출신으로, 백수저 스타 셰프들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더욱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흑백요리사’가 ‘통(通)’했던 비결은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는 그동안 여러 차례 꼽혔던 ‘공정’의 힘이다. 처음엔 재야의 고수들로 구성된 흑수저 요리사 80명이 미슐랭 별이 빛나는 스타 셰프 20인에게 도전하고 경쟁하는 구도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경쟁의 방식이 너무나 투명하고 공정해서 놀라웠다. 특히, 2라운드 블라인드 테스트는 참가자들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시청자들은 백종원과 안성재 심사위원이 검은 안대를 낀 채 아기처럼 음식을 받아먹는 모습, 그걸 음미하면서 그 부재료나 조리 방식을 맞히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오로지 음식의 본질인 맛에 근거해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가릴 때 손에 땀을 쥐었다. 눈을 가린 심사위원 앞에선 일체의 꼼수가 통할 리 없었다. 미슐랭 스타든, 동네 맛집 주인장이든 모두가 평등했다.
공정이야말로 요즘 MZ세대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 가치다. 정책은 없고 정쟁만 무한 반복하는 꼴불견 국회, 수사심의위원회는 기소를 권고하는데 불기소하는 검찰을 허망하게 바라보면서 젊은 세대들은 공정한 요리 경쟁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둘째는 그동안 ‘먹방’으로만 대변되던 푸드 관련 K-콘텐츠의 진화다. 음식 소재도, 서바이벌 포맷도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공정을 넣고, 지루함을 덜어주니 신선한 콘텐츠의 장(場)이 열렸다. 동시에 요즘 위기론이 피어나는 K-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힌트를 줬다. 시청자들은 자극만을 좇은 게 아니라 공정·진실·정의·사랑 등 인류 보편적 가치에 목말라 있었다는 점, 그 보편적 가치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K-콘텐츠의 전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보는 재미는 덤이었다. ‘흑백요리사’는 진지하게 공정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이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무조건 기성세대(백수저)를 깎아내리거나, 젊은 도전자(흑수저)를 버릇없는 인물로 그리지 않았다. 똑같은 조건과 규칙 아래서 경쟁하는 모습은 마치 무협지 속 강호의 고수 대결 같았다.
셋째는 불고기와 비빔밥, 김치 등으로 대표되는 K-푸드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흑백요리사’ 방송 내내 국내에선 “저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요리사들의 식당 위치를 알려주는 ‘리스트’와 지도가 등장했다. 해외 반응도 마찬가지로 뜨거웠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흑백요리사’는 다채로운 캐릭터로 요리 대결을 펼치며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국 음식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해외 관광객들이 ‘흑백요리사 식당 리스트’를 들고 한국을 방문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