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가장 중요한 권능이 오는 18일부터 마비된다.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17일 동시에 종료되는데, 아직 후임자 추천도 이뤄지지 않았다. 9명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 선출 3인으로 구성되는데, 앞의 3인은 모두 국회 선출 재판관이다. 헌재의 심리 정족수가 7명 이상이기 때문에, 일주일 뒤부터는 심리·결정을 할 수 없다.

헌법기관인 헌재가 마비되는 ‘헌정 문란’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국회가 양당 체제로 재편된 2000년 제16대 총선 이래 국회는 1·2당이 1명씩, 1명은 합의로 추천해 선출해왔다. 이번엔 민주당 등 야권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하면서 막혔다. 수십 년 국회 관례는 물론이고, 헌재의 정치적 중립 보장도 저버린 위헌적 억지다.

헌재 마비가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은 헌재에 판단을 맡겨야 할 중대한 사안들을 쏟아낸다. 헌재 무력화 저의를 의심케 한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에 막히자 ‘쪼개기’ 상설특검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 중 국회 몫 4명 가운데 여당 몫을 박탈할 수 있도록 국회 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그런 식으로 추천된 상설특검에 대해선 임명을 보류하는 게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무에 맞는다.

공직자 탄핵소추를 무분별하게 하더라도 헌재가 기각할 수 없다. 장관은 물론 이재명 대표 사건을 맡은 검사·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만 하면 그들을 직무에서 계속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다. 이런 오해를 피하려면, 하루빨리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인을 여당 1명, 야당 1명, 합의 1명 추천해온 관습에 맞춰 선출해야 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