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
김멜라, 리사 버드윌슨, 김애란, 얀 마텔, 윤고은, 조던 스콧, 정보라, 킴 투이 지음│홍한별, 윤진 옮김│민음사


문학은 세계를 연결한다. 한 나라의 소설이 번역돼 먼 이국의 독자를 매료시킨다는 점은 문학이 가진 아름다움이다. 한국과 캐나다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와 ‘파이 이야기’로 알려진 얀 마텔 등 한국과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 8인이 한 권의 책에 모였다. 서로 다른 언어와 지역, 문화 속에 살아가는 한국과 캐나다의 작가들은 ‘이야기’를 매개로 두 세계를 잇는다.

소설집을 감싸고 있는 정서는 ‘무력감’이다. 8편의 이야기에는 당연하게도 ‘한국인’과 ‘캐나다인’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한국적이거나 캐나다적이기 이전에 이들이 마주한 세계에서 경험한 상실과 고립을 표현한다. 김애란 작가의 ‘빗방울처럼’에 등장하는 화자 ‘나’는 전세 사기로 낡은 집 한 채를 제외한 전 재산을 잃었다.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간 모아온 재산까지 잃은 상태다. 얀 마텔의 ‘머리 위의 달’에 등장하는 소말리아인 ‘압디카림 게이하시’의 사연도 마찬가지다. 그는 스키장 화장실에 빠져 밤새 정화조에 갇혀 작은 변기 구멍만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무력감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작가들이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듯 이들에게도 새로운 만남과 연결의 기회가 찾아온다. 김애란의 소설 속 ‘나’는 낡은 집의 천장 누수를 고치기 위해 이민자 여성인 도배사를 만나 다시금 의지를 찾고 화장실에 빠진 소말리아 남성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면서 어린 시절 할머니와 같이 봤던 보름달의 추억과 마주한다.

이보다 실질적인 연결은 정보라의 ‘미션 : 다이아몬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등장인물은 지구의 친선 대표로 외계 행성 은코아에 파견된 한국인 SF 작가와 캐나다인. 은코아와의 외교 조약을 체결한 후 캐나다 작가는 본국에서 원주민 아동들을 억지로 데려다 서양식 양육을 강요한 사실을 고백하며 “내 나라는 아이들을 납치하고 착취하고 죽였다”고 고백하고 한국인 작가는 선감학원, 형제복지원을 떠올리며 “내 나라도 그랬어”라고 답한다. 이러한 순간들은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주석 없이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낯설기도 하지만 세계의 소설 속에서 “나도 그랬어” 하며 연결되는 순간이 문학에는 있다. 308쪽, 1만70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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