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빈필 악장 라이너 호넥
18일 경기필과 솔리스트 협연
2부선 악장 맡아 악단 이끌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논할 때 늘 거론된다. 그 배경엔 빈 필하모닉의 독보적인 ‘황금빛 사운드’가 있다. 30년 넘게 빈 필하모닉 악장을 맡아 온 라이너 호넥(63)은 문화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빈필 사운드’의 독특함은 밝은 색상으로 노래하는 속성을 유지하면서 소리들이 따뜻하게 잘 섞이는 데서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빈필 사운드의 시작은 1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며 “우리는 악기의 발달에 따른 기술적 이점을 취하기보단 전통을 중시하며 더 아름다운 소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악단의 제1바이올린 주자가 맡는 악장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대표하는 역할이다. 지휘자가 감독이라면, 악장은 주장 격이다. 1981년 약관의 나이에 빈 국립오페라의 제1바이올린 주자로 뽑힌 호넥은 1992년부터 빈 필하모닉의 악장을 동시에 맡게 됐다. 솔리스트(독주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호넥은 “빈 필하모닉처럼 상임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이 염두에 둘 가장 중요한 점은 유연성”이라며 “지휘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과 오케스트라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 사이에 유연성을 지켜 항상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경기 필하모닉과의 협연은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잘하는 호넥의 매력을 만끽할 기회다. 호넥은 1부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2부에선 경기필하모닉의 악장을 맡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들려준다. 그는 “솔리스트로선 모든 음표가 들릴 수 있도록 전적으로 혼자 책임을 지고, 악장으로서 악단을 이끌 때엔 전체 음악 안에서 악장이 필요한 때와 아닌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 필하모닉은 명성만큼 수많은 전설적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호넥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함께했던 1990년대 초반이 황금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카라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며 “낭만주의 레퍼토리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의 색과 엄격한 리듬을 강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 그러나 호넥은 두 악단이 함께 축구까지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란 사실을 전하며 “두 악단 사이엔 전혀 긴장감이 없다. 그저 즐거움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호넥은 오는 23·25·26일 열리는 빈 필하모닉(지휘 안드리스 넬슨스) 내한 공연에서도 함께한다.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와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각각 협연한다. 조성진은 11월 내한하는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지휘 사이먼 래틀)과도 협연한다. 12월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지휘 파보 예르비)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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