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한 올해 한글주간 표어는 ‘괜찮아?! 한글’이다. ‘괜찮아!’는 국외에서 한글에 대한 관심과 위상은 높아졌음을 표현하고, ‘괜찮아?’는 국내에서 한글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염려하여 한글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뜻을 담았다.
먼저, ‘괜찮아?’를 생각해 보자. 한글이 아프니, 우리가 살려 보자는 뜻이다. 한글, 더 나아가서 우리말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은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마구 섞어 쓰는 현상이다. 외국 문물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단어가 함께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말 표현과 표기가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와 외국 글자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지금 우리 말글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아픔이다. 이는 말글의 본래 기능인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얼과 문화를 어지럽힌다.
식당 출입문에 ‘OPEN’이란 영문 팻말이 걸려 있다. ‘영업중’이라는 한글 팻말을 걸어 두면 음식 맛이 떨어질까?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주문’ 대신 ‘ORDER’(오더), ‘가져가기’ 대신 ‘PICK UP’(픽업)이란 영문이 보인다. 오후에 ‘준비중’이라고 써 붙인 식당도 있지만, 대부분 ‘Break Time’을 내걸어 놓았다. ‘조리장, 조리법’은 어느새 크고 작은 모든 식당에서 ‘셰프, 레시피’로 바뀌어 버렸고, ‘마늘’은 ‘갈릭’으로 새로 태어났다. ‘전망’ 좋은 식당도 ‘뷰’가 좋아야 한다. 손님이 많으면 ‘대기’보다는 ‘웨이팅’을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한글이 아파서 안타까운 일 가운데 또 하나는 서울 중심가에 있는 광화문의 현판이다. 광화문은 조선 태조 때 경복궁 정문으로 세웠는데, 세종 때 광화문이라 하였다. 그러나 광화문 현판은 임진왜란 때 불타 버렸으니 원형은 알 길이 없다. 고종 때 다시 지으면서 훈련대장이 새로 쓴 현판도 6·25 때 사라졌다. 이렇게 광화문 현판의 원형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있지도 않은 원형 복원을 고집하기보다는, 이제는 훈민정음체로 새롭게 쓴 한글 현판을 걸어야 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한자 현판이니 안타깝다.
21세기 광화문광장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중심 위치로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한국의 상징이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외국인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사진을 찍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친구와 가족에게 보내는 곳이 바로 광화문이다. 사진 속 ‘門化光’이라는 한자를 세계인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자칫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속국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편, 국외에서는 한글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높아졌으니 한글은 ‘괜찮아!’라고 칭찬받을 만하다. 한류의 확산으로 외국인들이 한글로 쓰인 케이팝을 부르고, 한글이 쓰인 옷을 입고, 한글로 자기 나라말을 적으니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흐뭇한가.
그뿐만이 아니다. 요즘 정보기술(IT) 산업,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개발에서 한글의 가치는 더욱 빛나고 있다. 이것은 한글의 자형과 결합방식의 과학성에 기인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글로 표시할 수 있는 음절 수가 많아서 학습에 필요한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진 자료를 자유롭게 생성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원리가 독창성과 과학성에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처럼 칭찬받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이래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여러 선현들의 노력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러한 고마움을 되새기며 한글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아, 한글을 늘 ‘괜찮은’ 글자로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