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강의 작품세계
5·18 등 한국의 특수한 상황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로 풀어
소설가 한강은 항상 ‘인간’을 이야기했다. 등단 후 약 30년 동안 각 상황 속에 던져진 인간이 발현하는 폭력성, 또 그로 인해 빚어지는 삶의 비극, 여기서 잉태되는 상처를 집요하게 탐구해왔다.
한강의 대표작이자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그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유년 시절 자신을 문 개를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긴 주인공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면서 점차 죽음으로 다가간다.
햇빛과 물에 의존해 스스로 나무가 되어가려 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가족과 사회 구성원들의 억압이 결국 비극을 초래한다는 이야기를 에로티시즘과 결합시켜 시각화한 솜씨가 빛났다. 특히 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가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채식주의자’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는 사진작가 영혜의 형부 이야기를 담은 ‘몽고반점’,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인지한 언니 인혜의 시선으로 본 ‘나무불꽃’ 등 세 편의 연작소설로 이어진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보편적 이야기로 풀어낸 것도 한강의 이야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이유다. ‘5월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가 대표적이다. 광주를 소재로 한 기존 소설들이 현장을 묘사하는 방식이었다면 한강은 사망자들에게 빙의하는 방식을 택한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0년대의 공기를 기억하는 한강은 당시 인터뷰에서 “아우슈비츠 학살을 다룬 영화를 볼 때마다 토하거나 아플 정도로 유달리 폭력에 민감한 편인데, ‘소년이 온다’는 그 삶의 시기 동안 저의 시간과 감각과 몸을 죽은 소년에게 빌려드려 제가 썼다기보다는 소년이 쓴 거나 마찬가지여서 먹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에 대해 영국 인디펜던트는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면서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가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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