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참석해 개회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참석해 개회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38개월 만의 금리인하

고물가·고금리 오래 이어지며
올 소매판매지수 2.4% 감소해
2003년도 카드대란 이후 최악

최상목 “금리 인하 결정 환영”
가계·기업 이자 부담 줄겠지만
전문가 “내수 회복 제한적일것”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정책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오랜 고물가·고금리로 악화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올해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성장이 예상되지만 수출이 주도하고 있을 뿐 민간소비는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작된 7∼8월 수도권 집값 및 가계부채 급증세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한은은 향후 금리 인하에는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에 닫힌 지갑 = 11일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3.50% 수준에서 1년 9개월 동안 유지되면서 민간 소비 여력은 많이 감소했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올해 1분기 0.7%에서 2분기 -0.2%로 고꾸라진 상태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 0.5% 성장했다가 2분기 -0.3%로 추락한 데 이어, 3분기 0.1%, 4분기 0.4%로 상당 기간 낮은 증가율을 이어 왔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상반기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에도 ‘경제동향 10월호’에서 “고금리 기조로 소매판매의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며 고금리와 이에 따른 내수회복 지연을 경기 개선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통계청의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카드 대란으로 소비가 크게 꺾였던 2003년(-2.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날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과 가계 이자 부담이 6조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라며 “고용은 취업자 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에 비해 전망(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 경로는 내수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 및 정보기술(IT) 수출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안도 “재정정책 보조 맞춰야” = 그간 내수부진 비판에 시달려온 정부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8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0.25%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만으로는 내수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자비용 감소가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진작으로 일부 연결될 수는 있겠지만 급여·사업 소득 전망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100% 소비나 투자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통화정책은 ‘무딘 칼’이며 나머지는 재정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다가 경제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며 “지금은 두 가지 정책이 다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 및 은행권의 대출 공급 조이기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줄고 가계대출도 9월 들어 증가 폭이 줄었지만 주택매수 심리가 확실히 가라앉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지현·박수진·구혁·이예린 기자

관련기사

김지현
박수진
구혁
이예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