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범 회장, MBK측 공개매수 맞서 가격 또 인상
MBK측 매수 마감 ‘결전의 날’
최회장,경영권 방어 고육지책
‘캐스팅보트’ 영풍정밀 가격도
3만 → 3만5000원 추가 상향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측이 11일 자기주식취득(자사주 매입)을 위한 공개매수가격과 계열사인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가격을 각각 89만 원,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금융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승기를 잡을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지만, 향후 배임 논란 등 법적 문제로 인해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7.2% 인상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약 2조6635억 원에서 약 3조2245억 원으로 커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3만 원에서 3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공시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약 1.8%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영풍·MBK 측의 주식 공개매수 마감 종료일(14일)이 거래일 기준 사실상 마지막인 이날 지분 싸움에서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양측의 이번 주식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두고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섰지만, 영풍·MBK 측에 맞서 지분을 1주라도 더 끌어오지 않으면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가 시장 상황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숙고한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자사주 매입을 끝까지 완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MBK 측과 최 회장 측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을 동일하게 인상하며 ‘맞불’ 전략을 구사해 왔고, MBK는 지난 9일 “더는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최 회장 측이 추진하는 주식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양측의 주식 공개매수 경쟁이 한쪽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분쟁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감원이 최 회장 측 가격 인상을 기업 가치 제고와 동떨어진 과도한 가격 인상이라 판단할 경우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측의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추가로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정,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 등 법적 분쟁의 소지도 남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양측의 지나친 ‘출혈 경쟁’이 시장에 좋지 못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 당국과 사법 기관을 통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취지와 명분을 설득하기 위한 또 다른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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